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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쓰님의 서재
  • 보라색 히비스커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 15,120원 (10%840)
  • 2019-06-18
  • : 1,215
캄빌리의 오빠 자자가 영성체 받기를 거부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주님의 몸을 어느 날부터 갑자기 받지 않을 순 없다. 그건 곧 죽음이야, 너도 알잖니."
"그럼 죽을게요." 오빠는 두려움 때문에 눈동자가 콜타르색으로 변했으면서도 이제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럼 죽겠습니다, 아버지."

캄빌리와 자자의 아버지인 유진은 나이지리아에서 식음료 사업을 하고 사람들에게 항상 베풀면서도 모든 영광을 하느님에게 돌리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유명인사이다. 독실한 카톨릭교도인 유진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부유한 캄빌리 가족의 이면을 상상조차 못하겠지만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유진은 자녀인 캄빌리와 자자를 자신이 정해준 계획표대로만 생활하게 하며 뭐든지 1등을 하지 못할 시엔 사랑이라는 이름의 끔찍한 폭력까지 행사한다.


"쟤를 봐." 아버지가 말했다. "머리가 몆개냐?"
"하나요."
(...)
"네 머리가 몇 개냐, 그보?" 아버지가 처음으로 이보어를 섞어서 물었다.
"하나요."
"저 애도 머리가 하나지 두 개가 아니잖니. 그런데 왜 쟤가 1등을 하도록 놔뒀지?"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아버지."
(...)
"너는 내가 왜 그렇게 너랑 오빠한테 최고만 주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니? 너는 이 모든 특권을 누리는 만큼 뭔가를 해야만 해. 하느님이 너에게 많은 것을 주셨으니 기대하시는 것 또한 많단 말이다. 하느님은 완벽을 기대하셔."


독실한 카톨릭교도인 유진은 별별 이유로 가족들에게 폭력을 쓰고는 왜 죄악으로 걸어가냐면서 껴안고 우는데 아주 소름이 끼쳤고 빨리 사라졌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조차 이교도라고 배척하며 손주인 캄빌리와 자자를 단 15분만 볼 수 있게 해주고 자식들에겐 이교도(할아버지)가 주는 음식을 먹지 말라며 당부한다. 또, 미사 한 시간 전에 진통제를 먹기 위해 시리얼을 먹었다는 이유로 온 가족에게 가죽 벨트를 휘두르고는 살이 터졌냐며 눈물을 흘린다. 이렇듯 독실함을 넘어 광신적인 유진과 그에게 반항 한 번 못하는 가족들이 답답했고 유진의 폭력이 계속될수록 읽는 내가 숨이 막혔다. 지속적으로 학대받는 이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벗어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지만 답답함이 계속되어 괴로워지던 참에 고모, 이페오마의 등장은 반가웠고 은수카에서 돌아온 후로 인생을 사는 데 아버지의 방식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 조금씩 변하는 캄빌리와 자자의 모습은 흐뭇해 이들이 더 성장하기를,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를 응원하며 읽었다.

나이지리아 상류층 가정의 십 대 소녀, 캄빌리가 가부장제에 억압되어 살다가 서서히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성장소설이지만 종교적인 성장을 의미하기도 해서 여태 읽었던 성장소설과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
지금 내게 오빠의 반항은 이페오마 고모의 실험적인 보라색 히비스커스처럼 느껴졌다. 희귀하고 향기로우며 자유라는 함의를 품은. 쿠데타 이후에 정부 광장에서 녹색 잎을 흔들던 군중이 외친 것과는 다른 종류의 자유. 원하는 것이 될, 원하는 것을 할 자유. -p.27

"누니에 음, 때로는 결혼이 끝나면서 인생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어요." -p.99

그때 나는 이페오마 고모도 사촌들에게 똑같이 해 왔음을 깨달았다. 엄마가 자식한테 어떤 식으로 말하고,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통해 그 애들이 뛰어넘어야 할 목표를 점점 더 높였다. 아이들이 반드시 막대를 넘으리라 믿으면서 항상 그랬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오빠와 내 경우는 달랐다. 우리는 스스로 막대를 넘을 수 있다고 믿어서 넘은 게 아니라 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넘었다.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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