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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사전
  • 선량한 차별주의자 (30만부 기념 거울 에디션)
  • 김지혜
  • 15,300원 (10%850)
  • 2024-12-06
  • : 43,633
#선량한차별주의자 #김지혜 #창비 #선량한차별주의자리뷰대회
내 안에 차별이라는 ‘적’


김수영의 시 <적>에서 화자는 "적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적들은 나를 둘러싸고 있지만 결코 보이지 않는다. 적을 향한 추적에 패색이 짙어갈 무렵 드는 생각. 애초에 적은 없었던 것일까. 시선의 방향을 돌려 이제 우리가 서 있는 곳을 바라본다. 우리 자신이 적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대면할 수밖에 없다.
김지혜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 스스로에게 차별이라는 적을 일깨우고 현실에서 차별을 발견하게 하는 책이다. 차별할 만큼 악한 것도 아니고, 차별받을 만큼 부족한 것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차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고, 나의 삶과 사고방식에서 차별을 여러 차례 발견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나는 차별하는 사람이다. 차별의 시작은 차이에서 온다. 서로 다름을 발견하고 구별하며 대상을 범주화한다. 이는 이해의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배타성이 개입되면서 차별로 이어진다. 또한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부터 차별당하는 이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차별의 억압에 내면화된다. 하지만 차별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능력주의를 주장하며 평등을 손실로 받아들이고 역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여기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관심은 침묵으로 이어졌고 결국 차별의 방관자였으며 소극적 가담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차별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결정했지만 사회적 여건과 타율적 시선의 내면화로 선택당한 것이기도 하다. 오로지 나만의 의도만 순도 100% 반영된 것인지는 회의하게 된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을 때 행해지는 낙인에 대한 걱정도 그 원인이 된다. 이미 절대다수의 사회적 낙인을 통해 차별당하는 소수자를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차별을 피하기 위한 의식적인 선택도 차별의 영향권에 있는 것이다.
결국 차별하는 사람과 차별받는 사람의 역할극에서, 우리는 1인 2역을 맡는다. 직접적 차별에 거리를 두며 자신의 관용에 만족하지만 ‘선량한 차별’의 범주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차별이라는 적은 그 안에서 배척의 칼날을 나에게 겨누기도 하고, 내가 직접 칼자루를 잡기도 한다. 우리가 차별의 대상이며 주체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회적 구조 안에서 차별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차별이라는 렌즈의 배율을 높여 섬세하게 차별을 들여다본다. 과거부터 뿌리깊게 내재하며, 일상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 성찰의 계기그리고 존중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직 미완이라고 하지만 차별금지법으로 제도적 보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차별이라는 적을 발견했다면 이제 대면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외면해온 시간만큼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탈피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각성에서 의미있는 시작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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