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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해 봄의 불확실성
  • 시그리드 누네즈
  • 15,120원 (10%840)
  • 2025-01-20
  • : 8,090
그해봄의불확실성
시그리드누네즈 소설
민승남 옮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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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확신이 없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자리에서 주저할 뿐이지만 그 고민이 주는 긴장감은 결국 어떤 대답에 도달하게 한다. 그해 봄, 저자인 시그리드누네즈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불확실성 속에서 서로 거리를 두고 스스로 단절의 시간을 가졌던 그 때, 코로나19의 시기. 전세계가 팬데믹의 시간 앞에 어쩔 줄 모르며 봉쇄로 시간을 버티었던 기억은 우리 누구에게나 있다. 불안한 고요, 불확실한 내일. 이제 추억할 수 있어 다행이랄까. 하지만 그런 안일한 마음이 앞설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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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화와 자유가 불안과 고립감으로 뒤바뀐 시간. 분투는 우리만이 아닌 지구 반대편 뉴욕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작가인 주인공은 친구의 죽음 앞에서 기억들을 소환한다.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로 섬세한 문장들이 마음에 켜켜히 쌓이는 이유는 시그리드 누네즈만이 그릴 수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지인의 집에서 앵무새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집에서 평화롭지만 적막한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던 중 주인공보다 앞서 앵무새를 돌봤던 베치라는 청년와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고 예상치 못하게 함께한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팬데믹의 시기에는 더한 불안과 불신으로 거리를 두게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상을 어느정도 선에서 공유할 수밖에 없다. 베치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기에 주인공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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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인의 애완동물을 통해 예상치못한 만남으로 한 집에서 거주하는 설정은 로맨스의 시작처럼 짐작할 수도 있지만 노인인 소설가와 예민하고 분노조절이 어려운 대학생의 만남에 심지어 팬데믹 시기라는 것을 고려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물리적 봉쇄는 열 수 없는 시기라도 마음의 문을 천천히 열어가는 것은 희미하지만 평온의 "확실성"을 준다. 소설이지만 시그리드누네즈의 경험담처럼 느껴지는 것은 진실하고 울림이 깊은 문장에서 온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건너온 시기를 기록해주는 작가와 함께한다는 것에 감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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