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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
  • 이효원
  • 16,200원 (10%900)
  • 2020-05-18
  • : 2,260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각 나라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아도 예전보다 나은 나라가 될 수 있는 이유는 '헌법의 존재' 덕분이다. '헌법'은 일상생활에서 우리와 상관 없는 별 개의 것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헌법은 우리 생활의 아주 깊숙한 부분까지 스며들어 있다.
일단 우리는 본인이 살고 싶은 지역에 살 수 있고, 또 그 지역에서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구해 살 수 있다. 물론 경제 여력에 따라 전혀 마음에 차지 않는 집에서 살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에 차지 않는 집도 본인이 구할 수 있는 집 중에서 그나마 제일 나은 것으로 '자신이 직접 선택'해 부동산 계약을 맺는 것이다.
또 우리는 콩나물 천 원어치와 두부 한 모도 시장에서 순수하게 자의에 의해 구입한다. 타인(특히 국가나 자의 목적과 계획에 의해 내게 배당된 것이 아니다. 직장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불평불만을 가지지만, 어쨌거나 그곳에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출근을 하는 것도 누군가의 강제가 아닌 본인의 자발적 선택이다. 그리고 사회엔 '갑과 을'로 비유되는 '권력의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조선시대까지 존재했던 신분 계급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위와 같은 내용이 모두 '헌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 때 교양과목으로 법 과목을 몇 개 들었다. 같은 법인데도 법마다 체계가 너무 달랐고 ,사용되는 어휘, 논리가 다 달랐다. 모두 똑같이 고리타분해 보였던 법은, 직접 접해보니 매우 다채로웠고 그 매력도 제각각이었다. 그 중에서 내 가슴을 가장 뛰게 했던 법은, 바로 헌법이었다. 다른 법들은 기술적인 측면이 강한데 비해 헌법은 기술보다 '가치' 측면이 강했다. 국가 형태와 국가가 지향하는 바를 다룬 헌법은 자연히 그 나라의 역사와 미래상을 담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 역사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바를 담은 헌법은 어떤 의미에서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진 것이다.
물론 지금 우리 헌법은, 개정된 지 32년이나 되어 그동안 변화된 시대상을 다 못 담아내는 측면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재 정권을 마감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된 법으로 그 의의가 있다. 한 조항, 한 조항씩 음미하면 이 조항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지 감동이 밀려온다.

21세기북스 서가명가 시리즈에서 헌법 관련 책이 나왔다길래 기쁜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대학 졸업을 한 지도 너무나 오래되어(?!) 헌법 조문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럼에도 젊은 시절 나를 두근거리게 했던 헌법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였다.
읽고 다시 감동. 역시 헌법은 마음을 뜨겁게 하는 뭔가가 있다. 이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졸렌(당위) 때문일 것이다. '올바른 당위', '나도 동의하는 당위'는 가슴을 뜨겁게 한다. 몇 년을 주기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오지만, 그래도 성급하게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지금 헌법을 유지하는 이유는 지금 헌법이 그만큼이나 좋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저자인 이효원 교수가 우리나라 건국헌법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공부한 기억으로는, 현재 헌법 이전의 헌법들은 그때그때마다의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추어 누더기 헌법이었다는 비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군부 독재 시절 헌법은 물론이고, 그전 시기에 왕이 되고 싶었던 대통령, 이승만 시대의 헌법 역시 좋다고 할 수 없다는 것. 건국헌법 역시 비판을 비껴가지 못했다. 반쪽짜리 국가에서 반쪽짜리 헌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는 우리 건국헌법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헌장'과 '임시헌법' 정신을 이어받았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국가와 국가 구성원인 정부,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졸렌을 잘 담아냈다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비극적인 한반도의 역사, 분단 70년의 역사로 남과 북은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되었지만 어쨌거나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롭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국민들이 잘 살기 위한 노력도 있지만, 헌법이 국가 형태와 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바를 큰 틀로 바로잡아 놓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유재산, 시장경제 등등)
이 책 덕분에 지금 헌법 말고도, 옛 헌법에 대한 인식도 좀 달라졌다. 물론 유신헌법 등 독재 정권에 이용된 헌법은 정말 문제 있었던 헌법이지만, 옛 헌법들에 대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쨌든 지금의 우리 헌법도 기존의 헌법들을 밑바탕 삼아 악법은 고치고, 선법은 유지하되 더 나은 법을 추가한 것이므로... 지금 우리의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뿌리.

우리나라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우리 헌법을 모르고서는 우리나라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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