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국내 최고 트라우마 상담가이자 범죄 심리학자가 쓴 책이다. 작가는 범죄 피해자의 사건 후 경험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 폭을 넓히고, 그들의 회복을 위해 우리 사회와 이웃들의 ‘적절한 관심’과 ‘적절한 지지’가 필요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마침 지난주에 넷플릭스에서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다룬 다큐를 보았고, 현재 방영 중인 같은 소재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도 재밌게 보고 있는, 나 같은 일반 대중이 범죄 사건의 잔혹성에만 관심을 두고 가해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볼 때 정작 범죄 피해자를 궁지로 몰 수 있다고 경고하는 책이었다. 뜨끔했다🙄
♡이 책의 내용은 6개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그간 목도해 온 범죄 사건의 특성, 범죄 피해자를 괴롭히는 오해와 편견, 피해자의 수사와 재판 과정, 범죄가 피해자와 이웃 나아가 사회에 남기는 상처,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마지막으로 범죄 피해 아동의 특성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특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이 작성한 글이 책 중간중간 실려 있어 좋았다. 다만, 챕터의 내용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고 챕터마다 반복되는 내용이 많아(2차 피해의 위험성은 거의 모든 장에서 나옴) 후반부로 가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
♡”트라우마 극복이라는 맥락에서 시간은 분명 훌륭한 약이다. 안타까운 것은 유족의 시간이 주변 사람을 포함한 세인의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흐른다는 점이다. 사건을 과거로 흘려보내지 못하는 유족과 달리, 그들의 주변 사람은 비교적 빨리 일상으로 돌아간다”(25p) 라는 문장에서, 얼마 전 읽은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이 떠올랐다. ‘바깥은 여름’이고 문을 열고 나가면 창밖은 온통 푸른 것 투성이며, 모든 것이 빛나는 이 계절이 누군가에게는 당혹스럽고 납득되지 않을 것이라는 거. 그만 ‘시린 겨울’에서 이 계절로 넘어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일들도, 그런 일을 겪은 이들도 있다고 말해주던 김애란의 소설처럼, 이 책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착각이 범죄 피해자에게 더 큰 아픔을 남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그만 잊으라’는 말로 범죄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 ‘용서하지 않을 권리’를 빼앗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늘 용기가 필요하다. 근래 《실격 당한자들을 위한 변론》에서 장애인들의 삶을 엿보았을 때도, 이번 《용서하지 않을 권리》를 통해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의 아픔과 상처를 들여다보면서도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책을 읽고 상처받고 고통받는 내가 싫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불편한 책을 읽는 경험은 세상을 대하는 내 태도를 생각하게 하고 타인을 대하는 마음과 타인의 사정을 생각할 여지를 주기도 하는 일이므로... 나는 그런 책들의 도움으로 너무 무감한 존재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여전히 무감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