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인턴생활. 울지마 인턴
이 책을 모두 읽고 책을 덮는 순간 딱 떠오른 생각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마라이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선 주인공 이외에도 다양한 조연들이 등장하는데 그들 대부분이 전공의들이다. ‘울지마 인턴’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던 초보 의사 인턴 류지가 진정한 의사가 되기까지 겪게 되는 성장통을 여러 에피소드와 함께 보여준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도 그렇지만 난 이 책 덕분에 모든 의사들은 초보 시절이 있었고 진정한 의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의사를 무조건적으로 선망의 대상으로만 봤던 사람들에게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주인공 류지은 어린 시절 사소한 사고로 형을 어이없이 떠나보낸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들의 축을 이루는 다섯 살 아이 다쿠마를 특별히 생각하고 챙기게 된다. 교통사고로 내장이 모두 망가지는 고통을 겪는 다쿠마를 류지는 형을 잃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만큼은 꼭 살려내겠다고 다짐한다.
이 소설은 다쿠마 외에도, 동갑내기 말기 암 환자인 이시이, 94세 치매와 위암 말기의 기초생활 수급자, 충수염으로 고생하는 14살의 소녀 등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어간다. 14살 소녀의 수술을 처음 집도하는 장면은 꽤나 긴장되고 짜릿하게 묘사하였다.
이 글은 쓴 작가는 현직 외과 의사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병원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그래서 우리들이 잘 알지 못했던 것들도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수술 장면은 내가 현장에 서 있는 듯한 리얼함을 선사하고 있다. 아이를 검진하기전에 청진기를 따뜻하게 두 손으로 감싸 데우는 장면은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서 청진기에 ‘호’하고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던 장면과 오버랩 되기도 했다.
환자의 회복을 통해 의사도 치유를 받는다는 역자의 후기처럼 류지는 환자들과 부대끼며 한뼘 한뼘 의사로서 성장하게 된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오직 환자만을 생각하는 의사. 모든 의사들이 류지와 같기를 상상해 보는 것은 지나친 희망 사항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