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통찰을 해낼 수 있는 것일까. 그 책과 그 영화를 보고서. 그리고 그런 통찰을 어떻게 이토록 적확한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일까. 모든 글에 깊이 공감했고, 무릎을 여러 번 쳤으며, 따로 노트를 두고 문장들을 엄청 베껴 썼다.
개인적인 여러 일들을 겪으며 죽음, 신앙, 종교, 사랑, 영원 같은 주제에 요즘 꽂혀 있다. 이 책이 그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어떤 대목에서는 공감을 넘어 마음이 떨리기도 했다. 그래, 이런 해석을 듣고 싶었어, 하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조심스레 넘겨나갔다.
가령 "영원한 사랑은 없다. 영원한 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잃어버리는 두려움 없이' 사랑할 수 없다. 잃어버릴 두려움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같은 문장들.
프리모 레비가 유대인 수용소에서 목격한 통역자에 대한 에피소드 이후 따라붙는 해석의 문장,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알아듣기 때문에 생존하지만, 그러나 그 때문에,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보다 먼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느낀다" 같은 구절들.
나는 지금 오래 기다려야 할 처지이기에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림이 한없이 지연될 것을 알고 대비해야 한다. 기다림을 삶으로 받아들여야 한다"와 같은 비교적 평범한 문장도 이 문장이 도출되기까지의 서술 과정에 설득되어 마음을 울린다.
죽음에 대한 통찰, 신의 언어를 받아들이는 자세, 광신을 경계하며 신앙하는 자세를 가지는 방법 등에 대해 무수한 영감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이런 책을 고요하게 읽어내는 것만큼, 만족감 높은 행위가 없을 것이다. 내 안의 불안과 슬픔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위로를 받았다. 작가처럼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세상과 나와 타자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