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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kim님의 서재

필립이 세웠던 삶의 원리, 그러니까 길모퉁이 저쪽에 있는 경관을 조심하면서 자신의 본능을 따르는 것, 그 원리도 이 경우에는 별로 소용이 없었다. 크론쇼가 바로 그런 원리에 따라 살았기 때문에 저처럼 비참한 실패로 끝나고 말지 않았는가. 본능이란 믿을 것이 못 되었다. 필립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자문해 보았다. 그러한 삶의 원리가 소용없다면 도대체 어떤 원리가 있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이런 방식이 아니고 저런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결국 감정에 따라 행동하리라. 하지만 그 감정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결과가 좋게 끝난다거나 참담한 실패로 끝난다거나 하는 것은 순전히 우연이 아닐까. 생각할수록 삶이란 얽히고설킨 혼돈만 같았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힘에 사로잡혀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왜 그래야 하는지 목적도 증발해 버린다. 그저 뛰기 위해뛰고 있는 것만 같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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