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라면.
지니 2025/01/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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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 사노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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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24-11-25
: 664
그림책 좋아하는 사람 중에,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안 읽어 본 사람 있을까. 백만 번 살면서도 사랑 한 번 해보지 못한 고양이가 결국엔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런 그림책을 그릴 수 있을까 궁금했다. 사노 요코의 다른 에세이를 읽었을 때 자기 색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지만 평탄해보였는데. 이 책을 읽었어야 했나 보다.
엄마와 친근하지 못한 딸인 스스로의 마음을 진솔하게 터놓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엄마와 딸, 여성과 여성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이 책은 그녀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게 한다.
7남매 중, 셋이 죽었다.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믿어준 오빠의 죽음.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죽은 동생.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했던 동생 다다시의 죽음. 어린 나이에 가까이서 죽음을 목도한 것은 작가의 내면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나름의 성찰을 하게 했을 것이다. 죽음이란 탄생처럼 거부할 수 없는, 수용해야 하는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엄마에게 받은 학대와 정서적 방임이 어른이 되어서도 풀리지 않는 앙금이 되었지만. 치매는 깔끔하고 꼬장하며 매정해 보이는 엄마를 착하고 귀엽게 만들어버렸다. 엄마가 타인을 대했을 때처럼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되게 했다. 그제야 사노 요코 역시 마음의 빗장을 풀고 엄마에게 진심을 담아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둘은 죽음과 치매 앞에서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하였다.
여러 번 마음이 먹먹해지는 책이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 안에서 우리 가족의 '할머니 - 엄마 - 나- 손녀'까지의 여성들과 그 관계까지 돌아보게 했다.
앞으로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읽으면 나는 더 많이 울 것 같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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