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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awlstoa님의 서재
  • 폭풍이 온다
  • 오드 아르네 베스타
  • 28,800원 (10%1,600)
  • 2026-05-11
  • : 4,660


이 서평은 해냄에듀(@hnedu_history)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전쟁의 위기가 온 세상에 감돌고 있습니다. 최근 벌어진 미국-이란 군사 충돌은 일단 애매하게 봉합되는 분위기지만, 이러한 위기감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냉전 종식 이후 30여 년간 유지되어 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강고하게 유지되던 동맹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법과 질서보다 지도자의 변덕이 국제 정세를 좌우하는 듯 보입니다. 위기의 아노미에 휩싸인 국가들은 문을 닫아걸고, 노골적으로 우리와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있습니다. 이 질서를 어떻게 이름 붙여야 할까요. 이름 붙이기를 넘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관여해야 할까요.

  최근 출간된 <폭풍이 온다>는 작금의 정세를 ‘신냉전’으로 바라보는 세간의 시각에 의문을 던지며 세계대전의 위기를 경고합니다. <폭풍이 온다>의 저자,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예일대학의 역사학 엘리후 석좌교수이자 냉전사의 권위자입니다. 동아시아 현대사와 냉전사 연구를 바탕으로 국제사와 지구사 전반으로 관심사를 확장해 왔습니다. <세계사 1, 2>, <제국과 의로운 민족>, <냉전> 등의 저작이 이미 국내에 번역, 소개되어 있지요. 냉전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많이 익숙하실 겁니다. 이번 신간은 유튜브 채널 ‘지구본 연구소’로 잘 알려진 최준영 박사의 번역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습니다.

  이 책의 논리와 구성은 단순명료합니다.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국제 질서의 대변동은 구조적으로 ‘냉전’보다 ‘1차 세계대전 전야’에 더 가깝다는 것입니다. 흔들리는 패권국, 급부상하는 도전자, 이 둘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지역 강대국들. 공간이 확장되었을 뿐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입니다. 지금 미국의 자리에 110여 년 전 영국을, 중국의 자리에 독일을 대입하면 거의 비슷한 셈이지요.

  물론 전쟁은 구조만으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역사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면 그때 당시의 경제적 여건이나 집단 심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겠지요. 저자 역시 구조적 유사성을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 구조 안에서 결정권자의 정세 인식과 판단, 경제적 여건, 외국인 배척과 혐오를 아우르며 ‘거대한 전쟁’으로 치닫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저자는 1910년대의 파국이 2020년대에 사는 우리가 심드렁하게 여기는 세계 정세와 얼마나 비슷한지 역설하며 또 다른 세계대전을 겪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정말 우리는 한 세대를 앗아가버린 ‘모든 전쟁을 끝낼 전쟁’을 되풀이하게 될까요. 그 전쟁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그 답을 함께 모색하고 참여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겠지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역사로 탐구하는 현대 세계>라는 선택과목이 신설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피부에 와닿는 문제의 역사적 연원을 ‘탐구’하는 과목입니다. 조만간 많은 선생님들이 이 과목을 개설하여 가르치게 될 텐데요.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종말과 전쟁 위기는 탐구의 대상에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사람들을 보세요. 전쟁은 나빠요. 평화 좋아요’ 같은 당위를 설파하는 것만으로는 탐구와 관여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참여와 탐구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 역사적 사례를 탐색하며 거기서 우리에게 적용될 만한 교훈을 모색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겠습니다. <폭풍이 온다>는 그 모범을 우직하게 보여줍니다. 두꺼운 양장이라 겁이 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종이가 좋아서 그렇습니다. 글자도 큼직하고 문장도 영어책을 번역한 것 치고는 간결하고 읽기 편하니 두려워 말고 도전하셔도 좋습니다. 특히 오늘의 위기와 고민을 역사 수업의 질문으로 만들고 싶으신 선생님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2026.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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