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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책장 넘기는 소리
  •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 오노 후유미
  • 16,920원 (10%940)
  • 2014-11-17
  • : 5,435


고등학교 때 재밌게 읽었던 십이국기가 엘릭시르에서 다시 나온다. 운 좋게 사전서평단에 당첨되어 가제본을 읽게 되었다. 거기다 이젠 예약판매까지 받고 있으니 정말 나오는가 싶어 얼떨떨하기 까지 하다. 


오랫만에 다시 읽은 십이국기는 여전히 재미있었다. 이 한문장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었다. 시리즈의 1권인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는 경국의 새로운 왕 요코가 주인공이다. 

요코는 누구에게나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아하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여학생이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이런 요코가 답답했는데, 지금은 그녀가 안타까웠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순종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신때문에 가정에 불화가 생길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신을 억누르고 주변에 맞추던 그녀의 닫힌 세계는 어느날 학교에 나타난 금발의 남자 때문에 산산히 조각나고 만다. 원래의 세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달 그림자를 통해 아예 다른 세계로 와버린 것이다. 그 곳이 바로 열 두 나라가 있는 십이국기 세계다. 


그녀를 데리고 온 남자, 게이키는 여러모로 수상하다. 세계로 넘어오자마자 헤어지게 됐지만 어째서 인지 요코를 찾으러 오지 않는다. 그녀가 괴물의 습격을 받아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에도 도움의 손길은 나타나지 않는다. 게이키가 아군이냐, 아니냐는 것에서 부터 그녀를 둘러싼 세계 그 자체를 몸으로 체험하며, 요코는 자신을 가뒀던 틀을 깨고 성장한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의 의미와 자신의 불안함과 나약함을 정면으로 지켜보고 맞서는 진정한 한 사람이 되기까지, 요코는 괴물에게 공격당하고 사람에게 배신당한다. 그 밑바탕엔 포기하지 않는 심지와 마침내 찾은 귀한 인연인 라크슌의 만남이 있다. 라크슌은 반인반수로 평상시에는 허리까지 오는 키의 쥐의 모습이다. 그는 이 세계에 소속되어 있지만 반인반수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다른세계에서 온 요코를 이해해 주었고 두 사람은 차별이 심한 교국을 떠나 요코가 품은 의문을 풀 실마리를 찾아 안국으로 가게 된다. 

안국의 왕인 연왕과 기린인 엔키의 만남을 통해 요코가 경왕이며, 게이키는 경국의 기린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경왕인 요코에게 하대를 할 수 없다며 존대를 하는 라크슌에게 "너는 내가 해객(이방인)이라고 차별하지 않았으면서, 왕이라는 게 밝혀졌다고 친구에게 존대를 하는 건 차별이다."라고 요코가 못 박는데, 그녀가 내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좋았다.


인을 기본으로 하는 신성한 동물 기린이 있고, 그 기린이 왕기를 느끼고 왕을 선택한다. 왕이 되면 신적에 오르게 되고, 천명을 잃어 실도하지 않으면 죽지 않고 계속 나라를 다스린다. 


다시 봐도 독특한 세계관이다. 

열두나라의 열두명의 왕과 열두마리 기린. 그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1권은 요코의 이야기지만 그 다음은 대국과 안국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분명 많이 나오는 국가는 이 세국가지만, 그외의 다른 국가들의 이야기도 매력적이긴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12살의 나이에 왕이된 공왕이라든지, 앞으로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모두 매력적인 건 이 시리즈의 큰 장점이다. 


둘이 합쳐 한 쌍이 되는 왕과 기린. 경왕이 된 요코와 게이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것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말해놓고 다른 나라이야기로 넘어가면 어쩌냐고 싶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지만, 경국만이 십이국의 유일한 나라는 아니니 함께 흘러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걸 알려면 다른 나라의 이야기도 알아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사연과 왕과 기린 모두 매력적이니 그저 원작가분이 더욱 더 많은 이야기를 써주길 바랄 수 밖에. 이 개정판은 일본에서 새로 개정된 판을 번역하고 있는데 작가가 책을 개정하면서 후편들도 쓰고 있다고 하니 이번만큼은 바람이 아니라 진짜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부디 예전에 나왔던 책 전부와 앞으로 나올 수 있는 십이국기의 모든 책을 엘릭시르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랫만에 읽어서 좋았지만, 이번 개정판에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단적으로 '게이키'라는 번역이 그 한가지다. 예전 번역은  케이키였다. 케이키가 왜 게이키가 되었는지 보니 외래어표기법에 따른 거라고 한다. 익숙한 이름들이 다 제멋대로 바뀐 느낌이라 마음이 뒤숭숭하다.

한자와 혼용해서 쓴 문장(경국의 민을 생각해달라, 같은)도 아쉬웠다. 번역에 있어 후속 권의 안국의 관리들은 연왕이 지어준 별명이 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쓸 것인지 궁금하다. 엔키는 사슴과 말을 닮았다며 바카라는 호를 지어줬는데 이건 일본어로 바보와 발음이 같아서 쓴 말장난이기 때문이다. 


여러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오랫만에 십이국기를 만나 재밌게 읽었다. 내용은 여전히 재미있으니 처음 보는 분들은 걱정말고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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