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읽는 곽재식 작가의 책이다. 공학박사이자 작가로 SF, 로봇, 미스터리, 역사 등 여러 분야에서 흥미로운 소재의 책을 펴내 주목받는 작가라 이 책도 기대가 되었다.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미래 법정>은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서 맞닥뜨릴 법한 갈등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하고 질문을 던진다.
독자들은 마치 미래 법정의 배심원 자격으로 주어진 논제에 주장을 펼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기 다른 주장의 양면성을 살펴보고 어떤 해답을 찾아야 할지 고심하게 된다. 작가는 조만간 미래에 닥칠 것이고 이미 어느 정도는 맞이한 이런 과학 윤리의 문제의 딜레마에 대해 인류가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미리 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50가지 질문은 목차만 봐도 과학토론 수업시간에 나올법한 질문들이다. 각각의 질문이 나오는 상황도 지루하지 않게 에피소드로 구성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로봇도 세금을 내야 할까'에서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해 사람이 실업자가 된 세상에서 로봇을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만 큰 수익을 거두는 미래사회를 이야기한다. 사람은 소득세를 내지만 로봇은 로봇세를 내지 않는다는 데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그렇다고 로봇을 많이 보유한 기업에 세금을 물리자니 로봇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문제가 속출하고, 또 사람이 물건을 만들게 하자니 경쟁력이 떨어져 공장이 문을 닫고 기업 운영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 기업들은 로봇세 제도가 없는 타행성 화성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리고 역시 이곳에서도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문제가 발생할 뿐이다. 로봇세를 물게 한다고 해도 로봇과 단순 기계를 어떻게 구분짓고 명확히 할 것인지, 로봇세를 걷는다면 얼마나 걷게할 것인지 이는 어떤 기관에서 정할 것인지 등도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내비게이션이나 전자렌지 등 기계를 이용하면서도 의심하지 않은 채 살고 있지만 어떤 인공지능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공지능의 판단을 무조건 믿어야 할까', 로봇이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능률이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정부를 압박하고 제도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상황을 이야기로 보여준 '일자리를 지키려는 단체행동은 어디까지 정당한가' 같은 질문은 최근 뉴스들과 이어보아도 연결된다.
이같은 하나의 가상 에피소드에 이어 저자는 유사한 주제를 다룬 책이나 영화에서의 예시를 들어 설명해 좀더 확장된 시각으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관련 이슈에 대한 데이타와 현 정보들을 제시해 각 주제를 좀더 깊이있게 고민해볼 수 있게 해준다. 선정한 질문들도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SF작가 답게 이야기도 재미있는 가운데 철학적으로 접근해 생각해 법한 내용도 있어서 좋았다.
흔한 교통사고 이슈를 다루는 방송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만 봐도 법이나 제도가 현 상황의 문제나 사각지대를 따라가지 못해 정당한 법집행이 이뤄지지 못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상황이 개선되지 못한 채 피해자만 속출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인류의 삶을 이롭게 하고 개선하고자 개발한 과학기술이 오히려 삶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인류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래 문제를 예측하고 고민해보는 것은 먼 미래의 픽션처럼 보이지만은 않는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