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특이한 기행서를 만났다.
시집이나 수필, 소설같기도 하고 전기나 기행서같기도 하고 논문이나 다큐먼터리같기도 하고 더 나아가 몽골백과사전 같기도 한 책이 '몽골기행'이다.
늑대토템이라는 책을 운명적으로 만나고 홍역과도 같은 몽골초원과 초원늑대에 가슴앓이를 해왔다. 늑대토템은 지치지 않는 성실성과 즐길 줄 아는 여유까지 겸비한 선수가 천재성까지 무장하고서 적어내려간 늑대의 근성을 통해 인간의 정신을 통찰하는 대서사시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이라 꼭 소장하고 싶었다. 구하고 싶어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는지 이미 절판된 늑대토템을 구하기 위해서 인터넷 중고서점을 뒤지고 다녀도 끝내 1편은 구하지 못했다. 출판사로 직접 전화해보니 기적처럼 절판된 책이 있었다. 그래서 10여권을 주문하여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직접 출판사로 전화하여 구입하게 한 지인도 꽤 많았다. 나의 이런 2년간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얼마전에 복간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던 차에 몽골기행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나처럼 늑대토템에 어마무지한 자극을 받았는지 군데군데 인용구절이 나와서 무엇보다 반가웠다.
영화감독 비암바수렌 다바아는 당신들이 알고 있는 몽골은 잊어라고 했다지만 저자는 초원늑대와도 같은 지치지 않는 집념으로 몽골초원처럼 광대하고도 무변한 인문학적인 고뇌와 지식을 탈탈 털어넣어 몽골을 다시 보게 하고 몽골이라는 제국에 독수리같은 힘찬 날개를 달아준다.
늑대토템을 읽고서 광대한 몽골초원과 늑대를 짝사랑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보고나서 짝사랑하면서 끙끙 앓지만 말고 찾아가자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늑대토템에서 인문학적인 몽고초원에 대한 지식이 펼쳐지는데 이 책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칭기스칸과 게르와 몽골초원과 동물과 지역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길을 잃을 뻔했다. 저자가 10여년간 7번에 걸친 탐험과도 같은 몽골여행과 몽골에 관련된 100여권의 책과 영화를 섭렵하여 집필해낸 몽골기행은 장룽의 대서사시 늑대토템에 버금가는 역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르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몽골초원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바람의 나라 몽골에서는 폭풍같은 바람이 몰아친다. 땅속에 기둥을 박지 않은 집이 시멘트나 철골구조물을 치지 않은 집이 어떻게 바람을 견딜 수 있을까. 가장 안정적인 원형이 답이다. 바람은 게르의 원통형 몸통과 고깔형 지붕을 타고 흐른다. 바람이 닿는 면을 최소화시키면서 바람을 흘려보낸다. 바람을 이기는 길은 바람과 싸우지 않는 법에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비암바수렌 다바아 감독의 '동굴에서 나온 누렁개'라는 영화에 인상적인 대목이 나온다. 빗속에서 길을 잃은 주인공 소녀 난사가 외딴집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을 때였다. 그 문구를 보고 나는 고3 딸에게 바로 문자를 보냈다.
~ 다음 생애에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란 쌀알이 바늘끝에 얹히는 것만큼이나 어렵단다, 얘야. 그래서 사람으로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이 그토록 소중한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