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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bong님의 서재
  • 도시를 그리는 건축가
  • 김석철.오효림 대담
  • 21,850원 (5%1,150)
  • 2014-05-10
  • : 98
1.
˝정릉에서의 생활은 참으로 힘든 나날이었다. 새로운 좌절과 권태와 긴장과 허탈 속에 하루하루 몸이 붓고 마르는 연속이었다. 아무 기한도 약속도 없는 오늘과 내일과 그리고 모레가 모두 한 엉킴, 말하자면 시간이 사방에 날리던 때였다. 나는 그 때까지 내가 몸담고 있던 모든 것에서 떠나 나 자신 속에 몰두했으며, 그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분명했던 것들이 모두 모호해지고, 모습들이 드러나는 듯하던 질서들 뒤에는 모르는 그림자들이 어리기 시작했다. 나는 종일 그 그림자들을 헤치고 다녔다. 그림자들은 어린 시절 같기도 하고 혹은 자식들 같기도 하고, 혹은 죽음 같기도 했다.

아마 이 글을 처음 보고 읽어야겠다,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2.
한창 잘 나가던 시절 갑자기 찾아온 식도암.

˝늘 죽음을 느끼셨다면 그 공포를 어떻게 극복하셨어요?˝라고 묻는 오효림씨의 질문에 대한 김석철씨의 답은 이렇다.

˝죽음을 늘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없었어요.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입니다. 제가 꼭 그런 기분이었어요.

죽음 앞에서 인생을 돌아보니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던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수긍이 갔던 이유는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책을 통해서나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3.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할 때, 새 학기 수업을 앞두고 식도암이 재발한 걸 알았다고. 방사선 치료를 받는 동안 학생들을 열흘간 한국에 오게 해서 수업을 진행했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책임감이든 집념이든,
하기로 한 일은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닮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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