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비밀 속 먹먹한 현실
민이 2026/01/23 16:49
민이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실어증 환자
- 계영수
- 19,950원 (5%↓
1,050) - 2025-11-26
: 360
'실어증 환자'는 미국 1980~1990년대에 미국 LA로 이민 간 두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제목의 '실어증'이라는 단어처럼 실제 실어증 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가정과, 실어증 장애는 없지만 소통의 부재를 겪는 또 다른 주인공의 가정을 중심으로 한다.
군인으로 승승장구하다가 갑작스러운 계기로 이민을 결정한 강용환과 서진애의 가정은 가족간의 소통부재 및 독재적인 분위기로 부유하지만 단절된 채 살아간다.
'재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이 이상 자신의 부모에 대해 누구에게도 물어볼 사람들이 주변에 없었다는 것을. 그동안 자신은 철저히 고립된 인생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동안 철저히 부모의 그늘에서 생존해 왔던 존재였다는 것을. 자신이 외롭고, 혼자 남았다는 것을.' (pg.317)
또 다른 가정인 강병호와 명종숙 가정은 한국에서 노조활동 중 불의의 사고로 브로카 실어증 진단을 받고 급하게 이민 온 케이스로, 가난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간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의 자식으로 살아오면서 자연히 생존이라는 현실에 매몰된 채 살아온 것은 자신의 삶에서 사랑이라는 것은 그저 사치품처럼, 시간의 낭비처럼, 비효율적인 대상인 것처럼, 어디 멀리 나중에 자신이 성공이라는 목표를 이룰때 나타날 수 있는 보상처럼 생각할 대상이었을 뿐이었다.' (pg.131)
사촌지간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두 가정은, 각자의 방식으로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위해 노력하나, 각자의 과정과 결과는 순탄치만은 않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면서 얽히고 설킨 과거의 비밀이 파헤쳐지는 이 소설은, 고요 속 폭풍이 시작된다.
'불행의 발단은 온전히 바람, 스산한 바람에 있었다. 바람이 광기를 몰아오고, 부추기고 있었다. 요상한 바람은 사람들의 피부에 스치고 모세혈관을 통해 몸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와 그들의 심장을 서늘하게 흔들고, 한번 흔들린 심장은 이 흔들림을 제어하지 못하고, 마침내 머릿속을 송두리째 흔든다. 이른 봄날의 바람은 특히 위험했다.' (pg.68)
1900년대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개인의 이야기가 극대화 되어 다가온다. 군부정권의 수혜자와 그 시대의 노동자의 극심한 차이부터, 더러운 뒷돈과 그 사이 수많은 피해자들의 비극까지. 개인의 비극과 고통을 넘어서 어둡고 불편한 그 시대의 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된다.
'이 모든 시간 속에서 너는 과거 허물의 실타래를 풀어가야만 하는 고행을 나 대신 한 것이야.' (pg.391)
조금은 무거운 주제와 현실을 드러내는 이 책은,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긴다. 끝끝내 모든 만행과 진실이 드러나지만 그 누구에게도 해피엔딩이라고는 할 수 없는 소설의 끝. 그럼에도 우리의 역사와 관련된 모순과 그 후의 일상을 꼭 이 소설을 통해 파헤쳐봤으면 한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