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조선시대에 코끼리가 살고 있었다?
코끼리, 하면 아프리카 초원을 느릿느릿 걸어가는 잿빛의 거대한 동물을 떠올리게 한다.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오늘날 동물원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언제부터 코끼리가 살게 된 걸까?
조선왕조실록 기록에 의하면 1411년 조선의 태종 때 일본이 동물 친교로 코끼리를 바쳤다고 한다. 그런데 이 코끼리라는 동물은 몸짓도 크고 먹는 양도 엄청나서 은근히 골치거리였다. 게다가 코끼리의 코에 사람이 맞아 죽는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결국 태종은 코끼리를 전라도에 있는 한 섬에 유배를 보내게 된다.
세종이 즉위 후에도 코끼리에 관한 고민은 계속됐다. 자신의 고향을 떠난 이방 동물인 코끼리는 바뀐 환경을 잘 적응하지 못했고, 조선의 백성들 역시 낯선 동물인 코끼리를 사육하기 힘들어했다. 각 도민들마다 코끼리 키우기를 꺼려 해서 이 부담스러운 존재가 사라지기를 백성들의 원성과 상소가 잦았다. 이에 대한 세종대왕의 교지가 역사의 기록에 남아있다.
"물과 풀이 좋은 곳으로 보내어 병들고 굶어죽지 않게 하여라."
- 편견과 죽음의 위기에 놓인 한반도 첫 번째 코끼리를 위한 세종의 교지
오늘 소개할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는 조선시대에 처음으로 들어온 코끼리에 얽힌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다큐멘터리 PD인 주인공 '나'가 이러한 코끼리의 흔적을 찾아 남도의 어느 작은 섬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코끼리의 수명은 약 80년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에 들어온 코끼리는 아직 살아 있을까?
과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코끼리는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러한 질문을 안고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를 읽어 보길 바란다.
#여러 개의 단면을 하나의 형태로 완성하는 독특한 스토리텔러, 이서안 작가
이서안 작가는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로 202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소설 부문에서 당선을 했다.
이 소설집은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외에도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 신뢰와 불신 사이의 협곡으로 독자를 계속 끌고 가는 스토리텔링 기술, 조선왕조실록의 몇 줄로부터 유토피아의 꿈에 도달하는 박력 있는 상상, 일본군 침략으로부터 섬을 지킨 '독립투사' 코끼리라는 유머 등 여러 이유에서 찬사를 받을 만하다.
-2021년 동아일보 중편소설 당선작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심사평 中
#그 섬에 코끼리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라고 해서 기대가 참 컸다. 작가의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문장도 제법 똑똑해 보였고, 잔잔한 가운데 안정적인 호흡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도 가슴 깊숙이 울림을 줬다.
주인공의 직업을 통해 다큐멘터리 PD들의 직업윤리도 느낄 수 있었고, 끝까지 가문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코끼리를 조각하며 코끼리를 기리는 정노인의 모습은 애국자의 정신과 닮아 있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 깔려 있는 '사실'과 '기억'의 연관성과 '존재함'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조선시대에 외교 동물이었던 코끼리의 존재를 찾아헤매는 주인공의 여정이 가장 흥미로웠다. 주인공이 섬에 도착해서 코끼리 발걸음 소리에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코끼리를 마주하지 못하여 느껴지는 긴장감과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감도는 미스테리함이 궁금증을 일으키며 이야기를 끌어주는 힘이 있었다.
최근에 읽은 소설들은 자극적이고 빠른 호흡으로 내달리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는 담담히 서술하는 묘사와 상황에 마음이 동하게 했다. 코끼리의 실존을 증명하는 여정에서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함으로 실존화하는 현상을 경험하는 것도 신선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아, 이 소설 재밌다!'라고 말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참 주관적이고 나만 아는 감상평을 쓰고 있는데, 이 소설을 읽은 누군가는 나의 느낌을 어느 정도 공감해 주지 않을까 싶다.
특히, 소설 말미에 느껴지는 먹먹함은 그 여운이 한동안 지속됐다.
아마도 우리가 공통으로 소유하고 있는 한국인의 정서 때문이겠지 하고 짐작해 본다.
"그 섬에는 코끼리가 진짜 살아 있다. 그 사람들의 기억 속, 그리고 그 섬과 바다의 오랜 시간 속에."
-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p.81 발췌
코끼리의 흔적을 쫓다 발견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의 현장을 지나, 우리가 살면서 무엇을 잊지 않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소설. 있음에도 잊고 살아가는 당신께,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를 추천한다.
기억은 늘 다른 형태입니다. 오래된 필름처럼, 때론 디지털 화면처럼. 그러나 질감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저마다 코끼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섬에 코끼리가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떠한 코끼리를 기억합니까?
-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p.84 발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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