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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앤님의 서재
모든 부모의 필독서
난장마녀김여나  2022/06/03 12:04
  •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
  • 임정진
  • 10,980원 (10%610)
  • 2022-05-16
  • : 987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

 

임정진 글 l 하루치 그림

초판 1쇄 인쇄 2022년 5월 9일

펴낸 곳 ㈜ 비전비엔피 그린 애플

 

비행기에서 쓴 비밀쪽지

귀로 만든 수프

아까시꽃을 먹고

서 있는 아이

나는 어디로 가나

그대를 위해 촛불을 밝힙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입양을 보낸 부모님들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입양인이 겪는 마음의 고통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입니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제가 들은 이야기와 신문 기사 등을 참고해 이런저런 상상의 내용을 붙여 쓴 동화입니다.

한국은 해외 입양을 더 이상 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모든 어머니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해야 합니다. 정말 친부모다 키우기 어려운 경우라면 국내 입양을 해야겠지요.

해외 입양인들이 용기를 갖고 씩씩하게 살아 나가길 기원합니다.

청연당에서

임정진

 

- 아까시꽃을 먹고 중에서 -

“생모에게 연락을 했는데 깜짝 놀라면서 자기를 잊어 달라고 했대.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너무 미안하지만 만날 수 없다고.”

이모의 말에 나는 쿠션을 끌어안고 결국 울먹거리며 말했다.

“이모, 그건 말도 안 되지. 왜 자식이 엄마를 못 만난다는 거야? 그 엄마가 감옥에 있는 거야?”

엄마는 내가 울먹거리자 다가와 날 안아 주었다.

내가 만일 어른이 되어서 엄마를 만나러 갔는데 엄마가 문도 안 열어 주고 만나기를 거절한다면 정말 너무 슬플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냥 아들이 얼굴 한번 보고 싶다는 거잖아. 루디아, 혹시 그가 엄마아게 뭘 요구한 거야?”

엄마가 믿기 어려워 다시 물었다.

“무슨 다른 요구를 하겠어. 35년 만에 엄마 얼굴을 보고 싶은 게 세상에서 가장 큰 소원인 사람인데.”

“대체 이유가 뭐래? 생모가 왜 아들을 안 만난다는 거야?”

엄마는 루디아 이모가 그 생모인 것처럼 따지듯 물었다.

“아이를 낳은 적 없는 것처럼 하고 결혼을 했대. 지금 아주 잘산대. 그래서 아들이 나타나면 자기 인생이 다 무너진다고, 세상에 좋은 부모만 있는 건 아니잖아.”

그 말에 엄마도 기운 빠진 표정이 되었고, 난 엄마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

 

이 책은 세상의 모든 부모, 부모를 준비하는 어른들이 필독서로 읽어야 할 책이다.

길고양이도 제 새끼를 낳으면 세상 밖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피는데, 하물며 사람으로 태어나서 부모가 되어 자식을 제대로 성장시키는 건 당연하다.

어릴 적 아픔은 트라우마, 징크스가 되어 평생 따라다닌다. 어른이 되어서도 비슷한 경험을 겪을 때 어린 시절 고통을 저절로 꺼내게 된다.

몸과 마음이 자라는 시간에 가장 사랑받고, 의지해야 할 부모로 인한 고통은 평생 숙제로 남는다.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기까지 어른들로 인해 겪지 않아야 할 고통을 버텨야 한다는 건 가장 아프고 슬픈 폭력이다.

세상은 평등하고 누구나 평화와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지만, 세상이 어디 뜻대로 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울타리는 가정과 가족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아이답게 아이다운 고민으로 스스로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길의 가장 큰 거름은 부모의 힘이다.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를 읽다가 책장을 덮었다. 일주일째 책을 바라만 보았다. 기억조차 하기 싫은 깊은 아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잘 버텼고, 잘 살았다 싶었지만, 글 몇 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수렁을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하곤 멍했다.

 

‘비행기에서 쓴 비밀쪽지’는 임정진 작가님께서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하실 때 낭독을 해서 술술 읽혔다.

‘귀로 만든 수프’ 역시 문학지에 발표된 글이라 우아! 킥킥거리며 재미나게 읽다가, ‘아카시꽃을 먹고’를 읽다가 뜨거운 울음이 차올라 숨을 쉴 수 없었다.

 

난 열한 살부터 마흔일곱 살까지 엄마와 네 번 헤어졌다. 보이는 건 엄마에게 네 번 버림받았고, 솔직히 말하면 내가 엄마를 네 번 버렸다.

엄마가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을 만큼 보고 싶을 때마다 전국으로 수소문해 엄마를 찾았다.

엄마와 소식이 닿으면 내가 먼저 엄마를 떠나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엄마는 내 존재를 알리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삶도 자연처럼 만남과 이별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난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 처지를 이해하며 이별에 대한 고통을 삼켜서 애 늙은이가 되어버렸고, 씩씩한 척, 용감한 척하느라 고통을 뱉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다행인 건 이별의 고통은 책임감과 의리로 똘똘 뭉친 어른을 만들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우리 엄마처럼 내 딸들에게 같은 고통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두 딸을 잘 키웠다.

 

그리고 난 지난 3년 해녀 어머니들과 울고 웃으며 이야기를 짓는 동안 엄마에 대한 원망, 이별에 대한 고통이 점점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이별이 두려워 사람을 사귀지 않았다.

다가오는 사람조차 의식적으로 피했다.

그러면서 보고 또 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어렵게 사람을 얻었다.

해녀 어머니들처럼 만나는 동안 최선을 다하면 설령 이별해도 후회가 없을 것이라며 사람과 사람 관계에 무던히 애를 썼다.

 

그래도 이별은 아프더라.

내 나이 쉰한 살, 누구를 만나고 헤어짐에 익숙할 만큼 살았지만, 여전히 이별 앞에선 열한 살, 아이가 된다.

시절 인연이라 애 닳지 말라 하지만, 나는 소중히 여겼던 사람이 떠나가면 시간이 멈춘다.

왜? 왜? 왜?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스스로 수렁 깊숙이 빠져든다.

 

바닥까지 치고 헤쳐나와 다시 일어섰을 땐, 다시 엄마가 떠오른다.

‘우리 엄마 형편에 나한테 그 정도 한 것도 힘들었을 거야.’

그러면서 떠나는 사람을 위해 기도를 드린다.

“그 사람 성품에 나한테 이 정도 하기 힘들었을 거야.”

이렇게 내가 이별을 딛고 책장을 다시 펼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부모를 이해해라. 그냥 잊고 네 인생 살아라.”

그게 살면서 최고 어렵더라.

스스로 극복해야 할 트라우마와 징크스는 끊임없는 노력과 아픈 나를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비행기에 쓴 비밀 쪽지]를 통해 이별을 극복하며 다시 태양과 마주한다.

우아! 태양은 모두에게 공평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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