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러브/조우리
영원을 약속할 수 없는 아이돌 그룹 ‘제로캐럿’의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멤버들과 그들의 팬 이야기를 아주 담담한 어조로 그렇지만 퍽 짙게 그려낸 소설이다. 그럼과 동시에 현실의 우리나라 아이돌 산업 구조의 문제점과 모순을 소설의 전반을 걸쳐 그려내며 그들도 결국 평범한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고뇌와 그 나름의 사랑에 대해 잘 표현하였다.
소설은 7편의 본편과 또 7편의 제로캐럿의 팬이 쓴 팬픽이 번갈아서 나오는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다. 제로캐럿의 이야기와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팬픽은 이어진 듯 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적으로는 이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왜 두 사이에는 어떤 연결선이 있다고 느낀건가 생각해보니 팬픽이란 것의 속성으로 설명이 될 듯했다. 팬픽이란 특정 인물에 대한 팬들이 만들어낸 픽션을 말하는 것으로 그 특정 인물에 대한 동경과 애정, 사랑의 감정이 가장 기본으로 깔린다. 본 편에서의 사랑과 팬픽 속에서의 사랑은 전혀 다른 류의 사랑이지만 그 대상들이 서로를 생각함에 대해서는 어쩌면 같은 결을 나누기에 이 책이 서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같은 차원으로 이어진 듯 착각이 든다. 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의 감정선은 심히 굴곡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잔잔하게 책의 흐름에 함께 흐를 수 있었다. 그럼과 동시에 초반에는 내가 이 책에서 무엇을 읽어내야 하는지, 혹은 작가가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돌이자 한 명의 개인으로서의 제로캐럿 이야기와 그들을 옳은 혹은 옳지 않은 방식을 사랑하는 팬들의 이야기, 그 사이 사랑의 표현의 한 방식인 여러 편의 팬픽을 통하여 나는 점점 내가 어떤 방향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잡아갔다. 크게 두 갈래로 나누었는데 첫 번 째는 아이돌을 둘러싼 전반적인 사회적 배경에 대한 내용. 우리나라에서의 아이돌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이를 둘러싼 사회 구조적 문제와 실태 등 전혀 당연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당연한 일인 듯이 이야기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점을 문제 삼아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은 나은 이들의 미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그리고 두 번 째는 아이돌이 만들어내는 모든 유대관계와 그 관계 속 감정들에 대한 내용. 나는 이 갈래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관계와 개인으로서의 고뇌, 그리고 가상 이야기 속의 사랑들. 작가는 아마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랑을 단 한 번도 배제치 않고 글을 썼을 것이다. 덤덤하게 써내려 갔지만 우주를 담았다고 표현하고 싶다.
나는 소설과 같은 아이돌과 팬의 세계를 잘 아는 사람은 아니다. 허나 느껴지는 것은 책에 녹아 들어 있는 작가의 애틋함은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작 중의 라스트 러브가 퍽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