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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민의 서재
  •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 하승수
  • 7,200원 (10%400)
  • 2015-03-16
  • : 638

우리 모두한테 가장 평등하게 주어지는 건,

아마도 시간이겠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하지만 어디에 얼마나 시간을 쓸 건지, 내가 결정한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시스템에선 생존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일해야 하고

일하려면 시간을 써야한다. 시간은 돈이고 돈은 곧 생존이다.

생존을 위해선 내게 주어진 시간을 돈과 바꿔야한다는 얘기.

이 조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시간과 돈과 생존의 의미를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영화.

앤드류 니콜 감독의 <인타임>.

영화 속 세상에선 돈 자체가 없다. 시간이 돈의 역할을 대신한다.

노동의 대가로 시간을 받는다.

생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을 벌려면 일해야하고 

일하려면 시간을 써야한다. 

생존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면 ‘타임은행’에서 시간을 빌린다.

개인이 소유한 시간은 증여와 상속도 가능하다. 돈을 시간으로 대체한 설정만

다를 뿐, 여기까진 실제 자본주의 작동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팔에 ‘타임칩’을 이식한다.

25세가 될 때가진 현실세계와 같이 시간이 저절로 주어진다.

하지만 25세가 되면 타임칩이 작동하고 여기 표시된 시간만큼 생존할 수 있다.

남은 시간이 제로가 되는 순간, 생명은 멈추고

생명을 연장하려면 노동으로 시간을 벌어야만 한다.

이제 시간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재벌회장처럼, 부유층이 소유한 시간은 거의 무한대.

스스로 뻘짓만 하지 않는다면, 생명이 멈출 걱정은 없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겐 분배받은 시간이 얼마 안 된다.

임금은 자꾸 깎이고 은행이자도 높아만 간다.

 

하루 노동하고 번 시간으로 필요한 걸 사서 집에 돌아온다.

요리하고 씻고 자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뜨면, 

타임칩의 시간은 무심히 흘러 생존시간은 얼마 남아있지 않고, 

시간을 벌기위해 직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일을 시작하기 전, 모닝커피 한잔 주문하고 결재단말기에 자기 팔을 갖다 대면,

결재된 시간만큼 생존시간도 빠져나간다.

 

만약 영화의 설정을 현재 대한민국에 적용한다면?

법정 최저시급이 6030원이니까 스타벅스 커피한잔 마시려면

자기 생존시간 중 1시간을 지불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점심으로 빅맥세트 하나 먹으려면 1시간이상 지출할 수도.

저녁때 삼겹살에 소주한잔 하기위해선 또 몇 시간이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기본소득제’는 더 나은 삶을 상상하다가 나온 하나의 아이디어.

이 개념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도 15년 가까이 돼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겐 생소한 개념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즈음, 다음 아고라 토론게시판에서 

기본소득제로 뜨거운 논쟁이 붙은 적이 있었지만, 

사이버공간에서만 시끌벅적할 뿐,온라인 밖 세상은 아무 일 없는 듯 조용했다.

 

간단히 말해, 기본소득제란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매월 일정액을 

통장으로 쏴주는 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지만 일하지 않고도 충분히 살 수 있을 만큼 주는 건 아니다.

과도한 노동시간을 줄이고 삶의 질을 위해 쓸 시간을 더 갖게 해주자는 거.

또 소비를 촉진시켜 경기활성을 유도할 목적도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제 시행되려면 넘어야할 산들이 있다.

당장, 놀고먹는 놈에게 왜 돈을 주냐는 반발.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라는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간다는 말이 있다.

어느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경제는 멈춰 설 수 있다는.

둘 다 중요하지만 소비가 더 중요하다. 바람직하진 않지만 그게 현실.

일하는 나보다 소비하는 나가 더 대우받는 사회다.

돈을 펑펑 쓰는 놈이 더 힘주고 다니는.

하는 일 없이 부모 돈으로 놀고먹는 놈도, 자본주의 체제에선 중요한 한축을

담당하는 ‘쓸모 있는’ 놈인 셈.

 

갓난아기는 생산활동은 못해도 소비로 경제에 큰 기여를 한다.

출산에서 보육까지 병원과 산후조리원, 분유와 유아용품, 돌잔치, 그림책 같은 

관련업종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기덕분에 밥먹고 산다.

하루 종일 PC방에 죽치고 있는 백수도 PC방 사장과 중국집 사장에겐 중요한 고객. 

전국의 백수들은 이 나라 경제에 나름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다.

 

현재 인류가 필요한 모든 걸 생산하는 데, 전세계 인구의 1/4이면 충분하다고.

나머지 3/4은 없어도 그만, 잉여노동력이다. 그만큼 기술이 발달했다는 얘기.

실업난을 해결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더 이상의 노동력이 필요없는 데,

무턱대고 일자리만 늘릴 수도 없지 않나. 일하는 시간을 나누는 게 더 빠를지도.

필요없는 노동력이라고 그냥 다 죽으라할 순 없으니까.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해낸 게 기본소득제다.

물론 재원마련부터 적정지급액까지 세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지만.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브라질까지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얼마전 전국 최초로 성남시에서 시행에 들어간 청년배당제도 변형된 기본소득제. 

지금은 실험단계지만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건, 그리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기본소득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될 날이

올 거란 거. 그때를 위해서도 이 책은 유용하다.

찬성이든 반대든 기본 개념은 장착해놓고 대하면 판단이 더 쉬워질 테니까.


오래전, 한 CF에 추리닝차림의 백수가 등장한다.

지하철 안이건 어디건 간에 휴대폰으로 배달을 시킨다. 실제로 저러면 밉상.

보는 나도 ‘너무한 거 아냐?’ 싶다. 근데 이 백수가 반박하듯 하는 말.

 

“대한민국에서 안 되는 게 어딨니!”

 

왠지 이 말을 믿어보고 싶다.

지금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

창조적 상상력으로 간절히 원하면 혹시 아나? 우주가 도와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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