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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민의 서재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조지 레이코프
  • 15,120원 (10%840)
  • 2015-04-01
  • : 14,243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이 명령문을 읽는 순간,

우리 머릿속은 어느 새, 명령과 반대로 코끼리를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레이코프는 ‘프레임’이란 개념으로 

언어와 생각과 행동의 관계를 설명한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틀이다.

같은 하늘을 바라봐도, 어떤 모양의 창틀을 통해 보냐에 따라,

우리 눈에 들어오는 하늘의 모양은 다르다.

코끼리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각자의 프레임을 통해 코끼리를 생각한다.

그 프레임은 이미지이거나 지식일 수도 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조차 코끼리라는 단어에 상응하는

프레임을 먼저 떠올려야만 한다.

 

이 책은 ‘왜 미국의 보통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결국, 왜 계급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라는 문제다.

이런 투표행위를 ‘계급배반투표’라 부른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지 부시는

‘세금구제’라는 용어를 수시로 사용했다.

구제가 있으려면 먼저 고통받는 사람이 있어야하고

그 고통을 없애주는 구제자가 등장해야한다.

‘살려줘요 뽀빠이~~’라는 올리브의 비명에

만사 제쳐놓고 나타나는 뽀빠이처럼 나를 구해줄 영웅이 필요하다.

여기에 영웅을 방해하는 악당 브루터스가 빠질 수 없다.


세금이라는 말을 구제 앞에 붙이면

‘세금은 고통이다’는 은유가 생겨난다.

세금이라는 고통을 없애주는 자는 ‘영웅’이고

그를 방해하는 자는 ‘악당’이 된다.

세금구제라는 용어로부터 우리의 뇌가

세금은 고통, 구제자는 영웅, 방해자는 악당이라 떠올리는 것,

이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부시가 말한 세금구제의 대상은 당연히 부자들이다, 부자감세다.

그러나 세금구제라는 용어를 모든 언론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미국인들은 보수우파가 유도하는 프레임을 통해 감세정책을 바라보게 된다.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쪽이 영웅이 되고 방해하는 쪽은 악당이 된다.

그리고 자신들에겐 아무 혜택도 없고 되레 부담이 되는 

감세정책을 지지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일어난다.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수는 간접세나 국채발행, 복지예산 축소로 

메워야하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

미국 공화당이 선점한 프레임에 말려들어, 미국 민주당조차 

보수우파의 용어인 세금구제라는 말을 사용해 부자감세를 비판함으로써, 

상대방의 프레임을 더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활용한 이 프레임 개념은

우리나라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참여정부시절 ‘종합부동산세’라는 증세정책을 추진했다, 부자증세다.

‘종부세’라 부르는 이 정책의 취지는 

투기로 인한 부동산가격 폭등을 막고 갈수록 심해지는 수도권과 지방의 

재정격차를 조금이나마 완화시키는 것이었다.

종부세로 거둔 세금은 전액 지방교부세로 사용하도록 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각 지자체로 보내 부족한 세수를 보충해주는 돈이다.

강남같은 부자동네에서 거둔 돈을 시골마을에 보내주는 식이랄까.

 

그러나 보수우파 진영인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앞장서

‘세금폭탄’이란 용어로 이 정책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뒤따라 일어난 과정은 미국의 경우와 흡사하다.

폭탄이라는 말 앞에 세금을 붙임으로써 ‘세금은 치명적 무기’가 된다.

이번에는 내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증세정책을 추진하는 쪽이 악당이 되고

반대하는 쪽은 영웅이 되는 프레임이다.


당시, 종부세 적용은 납세자의 2%, 100명 중 2명 정도다.

나머지 98명과는 아무상관도 없는 세금이다.

왜냐면, 종부세 적용이 10년전 기준으로 공시가격 6억원 이상이라,

실거래가는 이보다 더 고가인 부동산 소유자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근데 전월세 사는 사람들도 대거 이 공격대열에 합류했다.

심지어 노숙자들까지도 종부세는 세금폭탄이라고 울분을 토해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학교급식 같은 여러 복지정책도 ‘무상’프레임으로 공격받기 쉽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복지는 유상이다.

너무 당연한 거라 굳이 유상이란 말을 붙일 필요조차 없다. 

모든 게 국민세금이다. 

무상이란 말도 붙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무상학교, 무상도로, 무상다리, 무상벤치, 무상가로등...

공공도서관을 무상도서관이라 부르면 이상하지 않나.

그런데 무상급식이라니!

아이들 학교급식이 때 되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밥상도 아니고.

 

레이코프는 이 책을 통해,

‘정치인은 당신 머릿속 어떤 프레임을 자극해야 표를 얻을지 잘 아는 사람들이다.

기억하라, 상대방의 언어로 생각하면 그들의 프레임에 조종당하게 된다.

상대편의 프레임을 공격하지 말고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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