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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87555님의 서재
  • 세상 친절한 환율수업
  • 노영우.조경엽
  • 17,100원 (10%950)
  • 2024-08-16
  • : 2,298

최근 다소 식긴 했지만, 올 초는 과연 대 일본 여행의 시대였다. 일본 여행 붐을 촉발한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환율이었다. 원화에 비해 엔화값이 싸지다 보니, 저렴한 비용으로도 일본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 여행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울상을 져야 했다. 원화에 비해 달러값이 비싸져서 여행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환율은 우리의 해외여행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러나 사실 해외여행은 환율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중 아주 작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책 「세상 친절한 환율수업」 은 환율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국민들의 생활에 어떤 지대한 영향을 주는지 쉽게 풀어서 알려준다.

전반적인 책 내용

책에서는 환율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표현되는지, 우리나라의 물가, 경기, 금리 등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나라에서 환율 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도 알 수 있으며, 외환보유고의 변화를 통해 IMF 때와 달라진 우리나라의 외화 사정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과 이에 대응하는 중국과 인도의 노력도 책에서 다뤄진다. 달러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화폐인 유로화와 엔화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도 마지막 장에서 다룬다.

한 마디로 환율의 A부터 Z까지 대부분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달러의 여행 - 달러의 힘

책의 맨 마지막 장에 있는 내용이지만,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으면 달러가 가진 힘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 책을 볼 수 있어서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달러가 태어나서 전 세계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다.

미국 달러는 미국 연준에서 발행되며 미국 내에서 유통되거나 해외로 이동하며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준다.

미국은 매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1~2년도 아니고 수십 년간 내고 있는 나라다. 일반적인 나라들이었다면 진작에 파산했겠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만이 이런 경제 구조 속에서도 파산은커녕 번영을 누리고 있다. 연준이 찍어낸 많은 달러는 미국의 금융회사와 기업에 유입되었고, 이 돈이 다른 나라로 흘러 들어갔다. 다른 나라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달러를 흡수해 줬기 때문에 미국은 코로나 위기 이전까지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 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라면 무역적자, 재정적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긴축 재정을 시행해 복지를 줄이고 국민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동시에 환율을 높여서 수출을 장려해 외화를 모으는 피똥을 싸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달러만 찍으면 모든 게 해결이다.

미국의 최고 수출품은 반도체 원천 기술도 아니고, 코카콜라도 아니고, 할리우드도 아니고 바로 달러라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고 찍어낸 달러를 팔아 물건도 사고, 빚도 갚는다. 말 그대로 Show me the money 치트키다. 달러를 벌어와야 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그냥 달러를 만들면 끝이다. 달러의 힘은 여기서 온다. 미국이 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외교적으로 압박을 하기도 하고, 중국과 패권을 두고 다투기도 하는 이유는 바로 "달러 패권 유지"에 있다.

달러 패권만 지키면 미국 경제는 순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유지되는 대신, 세계 경제에서 약한 고리에 있는 국가들이 경제 위기 때마다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IMF 때 동남아시아와 우리나라 그랬고, 2008 미국 발 경제 위기로 인해 위기를 겪은 남부 유럽 등이 그랬다.

자국의 경제 상황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나라같이 경제 구조가 대외 의존적이고 체급이 작은 나라는 미국의 금리와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서도 환율이 변한다. 사실 전자보다 후자의 영향이 더 지대하다.


환율은 두 나라에서 사용하는 화폐의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환율은 우리나라 화폐(원화)와 다른 나라(달러, 엔, 위안화, 유로 등) 화폐의 교환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 1달러에 1,000원으로 바꿀 수도, 1달러에 800원으로 바꿀 수도, 1달러에 1,200원으로 바꿀 수도 있는데 어떻게 바꿀지는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세계 경제 상황(주로 미국)에 따라 달라진다.

언론에서 환율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서로 표현이 반대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아래 두 가지 표현은 같은 상황을 의미하는데 하나는 낮다로, 다른 하나는 높다로 표현되어 오해가 생긴다.

  • 환율이 낮아졌다 = 원화 가치가 높아졌다

  • 환율이 높아졌다 = 원화 가치가 낮아졌다

  • 원 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1달러에 1,000원 하던 상황에서, 1달러에 800원이 되면 환율이 낮아졌다고 한다. 이때 원화 가치는 1달러를 200원 더 싸게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상승한 것이다.

    반대로 원 달러 환율이 1달러에 1,000원 하던 상황에서, 1달러에 1,200원이 되면 환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때 원화 가치는 1달러를 사기 위해 200원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하락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높은 환율은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가 약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 친절한 환율수업 책에서는 초보자를 위해 이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환율은 국민의 생활과 국가의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인위적으로 개입한다. 단, 대놓고 개입은 못하고 은연중으로,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정부에서 외환보유고를 털어서 환율 방어에 나섰다는 기사들이 보이면 환율 안정을 위해 당국이 나섰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지금 변동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변동환율제도를 운영했던 것은 아니다. 변동환율제도는 시장에서 외환의 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도록 하는 제도인데, 환율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개입이 허용되는 제도이다. 이보다 정부 개입이 덜한 제도가 자율변동환율제도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자율변동환율제도까지는 가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했다. 이후 1964년부터 단일변동환율제도로 변경했고, 1980년부터는 세계 주요국 교역량 등을 감안해 환율을 결정하는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운영했다. 1990년부터는 외환취급은행 거래량을 가중평균해 환율이 결정되는 시장평균환율제도가 시행되었고 1997년부터 일일 변동폭 제한을 해지하고 변동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고정환율제도에서 중간 단계를 거쳐 변동환율제도로 변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교역 규모가 작거나 체급이 작은 나라의 경우 작은 환율 변화에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 성장기 초반에는 환율을 묶어놓았다가 경제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풀어주는 형태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환율은 국내 물가, 경기, 금리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한 요소가 변화하면 다른 요소가 이에 따라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1. 물가와 환율

    국내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들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국내 판매를 늘리기 때문에 수출은 감소하고 국민들은 저렴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수입은 증가한다. 이에 외화 유출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원화 가치 하락, 즉 환율 상승을 야기한다.

    이에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수입품의 가격이 상승한다. 원화 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에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며 내수 물량이 감소해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물가와 환율은 서로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상승 작용을 하게 된다.


    2. 경기와 환율

    국내 경기 흐름이 좋아지면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수출이 수입보다 강하면 외화 공급이 늘어나고 늘어난 달러로 인해 원화 가치가 상승, 즉 환율이 하락하게 된다. 그러나 환율 하락은 수출 경쟁력을 낮추게 되어 경기 상승 흐름이 적절 수준에서 꺾이게 된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수출 경쟁력이 상승해서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 원가가 상승해서 수입이 줄어든다. 수출 경기가 좋아지기 때문에 국내 경기는 상승 흐름을 타게 된다.

    이처럼 환율에 의해 경기가 좋아졌다가, 다시 냉각되기도 하는 사이클을 보이게 된다.


    3. 금리와 환율

    금리 역시 환율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요소이다. 만약 국내 금리가 상승하면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가 증가한다. 이로 인해 외화 공급이 증가하고 늘어는 외화는 원화 가치를 약하게 해서 환율을 하락 시키게 된다.

    반대로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 하락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 수익률을 낮추게 되는 요인이 된다. 1,000원을 1달러로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1,200원을 1달러로 바꿔야 되는 상황이 온다면, 10,000원을 환전 시 10달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8.33달러 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 와서 환손해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국내 채권 수요가 감소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채권 가격 하락은 곧 금리 상승을 일으킨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변화에 비해 우리나라 금리 변화는 환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미국 경제 규모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유도나 태권도에서도 체급이 깡패이지만, 경제나 환율에서도 체급이 깡패이다.

    외환보유고의 이면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다. 외환보유고의 94%는 해외 최권, 주식, 예금 등의 금융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외환보유고의 70%는 달러 표시 자산이다. 이외에 금 48억 달러, 특별인출권(SDR) 146억 달러, IMF 포지션 44억 달러 등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SDR과 IMF 포지션은 IMF에 맡겨둔 돈인데 필요시 찾아 쓸 수 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

    IMF를 맞았을 당시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300억 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 GDP는 3배 늘었지만, 외환보유고는 10배 이상 늘었다. 외환보유고를 의식적으로 확대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외환보유고가 많으면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막대한 외화를 가지고 환율을 유지하는 것에는 비용이 든다. 환율 유지와 물가 안정을 위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통안채)나 외국환평형기금(일종의 채권)에 대한 이자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막연히 외화보유고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위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건 몰랐던 내용이었다.

    달러 패권의 역사 - 브레턴우즈 체제와 닉슨 쇼크

    달러가 처음부터 킹왕짱이었던 것은 아니다. 세계 1,2차 대전 전까지만 해도 금융의 중심은 영국이었다. 그러나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거치며 미국의 입김이 강해졌다. 미국은 1944년 7월, 브레턴우즈에서 열린 회의에서 금 1온스당 35달러를 기준으로 하는 금달러본위제 체제를 출범시켰다. 세계 여러 나라 통화는 금이나 달러를 기준으로 환율이 고정되는 시스템이었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달러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 시작이었다.


    하지만 브레턴우즈 체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은 냉전과 베트남 전쟁으로 발생한 지출을 감당하지 못했고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를 찍어내기 시작한다. 이를 보다 못한 선진국들이 미국에서 금을 인출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내줄 금이 없어지자 미국 닉슨 대통령은 금태환 정지를 선언한다.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금태환 정지는 닉슨 쇼크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이후 세계는 고정환율제의 시대에서 변동환율제의 시대로 들어가게 된다. 금에서 해방된 달러는 말 그대로 날개를 달았다. 미국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대로 찍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달러 패권을 공고화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페트로달러 체제'를 합의한다.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하게 하는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의를 한 것이다. 미국은 이런 식으로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막후에서 노력 중이다.

    달러 패권에 대한 중국과 인도의 도전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었다. 책에서는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과, 이에 저항해 달러 패권을 무너뜨리려는 중국 및 브릭스 국가들의 노력이 소개되고 있다.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려는 대표적인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G2에 오른 이후 국제 외환 시장에서 위안화의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중국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디지털 위안화 전략이다. 디지털 화폐로 빠르게 전환해 달러보다 앞서가서 관련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한 편으로는 국제 결제망인 SWIFT의 대안으로 CIPS를 구축하고 있다. 페트로 위안화 전략도 진행 중이다. 석유 대금 거래를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지급하는 것에 대해 주요 국가들과 합의를 마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과 원유 거래 시 위안화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이 열심히 노력 중이기는 하나,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중국의 금융 분야 발전은 아직 크게 부족하며,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없어서 신뢰를 주기 어렵다. 중국에 대한 반중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악재다.

    인도 역시 주변 국가들과 자국 화폐인 루피화 거래를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카스트 제도와 빈부격차 등의 문제가 극심해서 아직 국제 금융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상황이다.


    정리

    세상 친절한 환율수업 책을 통해 머릿속으로 환율에 대해 알고 있었던 내용을 제대로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 적재적소에 제시되는 그래프와 그림, 표 자료들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환율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었다. 경제 공부를 시작하거나 환율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을 잡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당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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