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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님의 서재
ㆍ.ㆍ.ㆍ
파란미소  2021/05/24 13:27
  • 네 번째 여름
  • 류현재
  • 12,420원 (10%690)
  • 2021-05-10
  • : 226
모든 여름이 그런 것은 아니다.
유난히 무화과 익어가는 향기 진동하고,
은빛 병어가 그물에 다닥다닥 꽂힌 채 입을 벙긋거리고,
백중사리 때맞쳐 늦태풍이 올라온다 소식 들리면
바다와 땅과, 바람과 달이 공모해
이곳 사람들을 흥분시켜 사람 하나를 잡고야 만다.
마을 사람이 죽지 않으면 파도가 죽은 이를 실어다 놓는다.

지금까지 그런 여름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 여름에 내 아버지가 죽었고,
두 번째 여름에 그 남자의 아버지가 죽었고,
세 번째 여름에는 내 남편이 죽었고,
네 번째 여름에는 내가 죽을 것이다.
그 전에 그들의 무덤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p5>

🔖
사실 세상에 돌아다니는 확신이란 게 다 그렇다. 사람들은 누구나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다른 사람이 확신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면 그를 믿고 추종한다. 확신이 없으면서 있는 척 연기하고 스스로도 그렇다고 믿는 것이다.
<p163>

🔖
하나, 둘, 셋, 넷 ㆍㆍㆍㆍㆍㆍ일곱
나는 물귀신 같은 그녀에게로
빠져들고, 또 빠져들고
하나, 둘, 셋, 넷 ㆍㆍㆍㆍㆍㆍ서른하나
매일매일 그녀 속에서 죽었다 깨어난다.
그 여자, 내 무덤.
<p296>

ㅡㅡㅡㅡㅡ

살아 있으나 죽지 않고
죽어 있으나 살지 않는 그곳,
가늠조차 힘든 심연의 바다는
징글징글한 복수같은 사랑을
묻어버린다.

글자를 읽고 있음에도 순간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는 강렬한
몰입감은 한편의 드라마를 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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