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긴말 안 쓰고, 정말 읽을 만하다는 것만 강조해두겠다.

이 책은 세 가지 면에서 놀랍다. 첫째, 책의 내용이 다채롭고 풍부하다는 점이다. 백과사전식 기술로 망각의 문화를 통시적으로 개관하는 저자의 솜씨가 놀랍다. 둘째, 번역문장이 근래에 보기 드문 명문이다. 아마도 뛰어난 교정자와 함께 한 탓인 것 같다. 원판불변의 법칙이란 말이 있으니, 아무리 뜯어고친다 해도 처음부터 번역문이 좋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번역자의 매끄러운 우리말 솜씨가 놀랍다. 세째, 분량과 내용이 이렇게 충실한데, 책값이 싸다. 문학동네의 장점 중 하나는 학술서라 하더라도 책값이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200쪽이 간신히 넘는 책을 양장본으로 포장해 가격만 비싸게 매기는 일부 출판사의 행태와 닮지 않았다. 책을 읽을 때마다 본전생각 나지 않게 한다는 점이 놀랍다. 

이 책속에는 정말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 문학도라면, 아니 인문학 전공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내용들이다. 사실 "망각"이라는 테마부터가 참신한 면이 있다. 여러 서양책에서 "기억술"을 다룬 경우는 많았어도 "망각"을 다룬 책을 없었기 때문이다. 망각이 능동적인 행위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알레테이아aletheia가 레테lethe에서 나왔다는 식의 어원 분석도 아주 흥미롭다. 고대부터 현대 작가까지 서양역사를 인물 중심으로, 그리고 망각이란 테마를 이용해 보여주는 이 책은 마치 망각에 관한 백과사전을 연상시킨다. 아무데나 펼쳐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언젠가 정독을 해서 차분하게 서평을 작성하고픈 책이다. 아무 코멘트 없이 지나가기엔 너무 아쉬워 몇 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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