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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wmaha님의 서재
  • 주제와 쟁점으로 읽는 20세기 한일관계사
  • 정재정
  • 14,400원 (10%800)
  • 2014-03-03
  • : 506

한일관계가 좋아질 기미가 잘 안 보이는 요즈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기획된 ‘20세기 한국사’ 시리즈의 하나로서,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지내고 오랫동안 한일역사 공동연구에 참여해온 정재정 교수의 책이 반갑다. 정재정 교수는 책을 통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현대 한일관계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한일관계 개선에 필요한 지혜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그동안 한일관계를 다루는 많은 책들이 특정 분야에 국한된 논의만을 다룬 경향에 비춰봤을 때, 여러 분야를 포괄하여 한일관계의 역사를 조망하고 있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점에서 저자가 바라듯이(14쪽) 한일관계를 이해하는 데 ‘조그만 길잡이’ 내지는 ‘친근한 안내서’ 정도로는 충분히 성공하고 있지 않은가 한다. 이 책에서는 현대 한일관계의 발단으로서 일제의 ‘한국강점’ 문제와 남북 분단국가에 이르는 일본제국의 유산 문제, 한일회담 추이와 한일조약 체결 및 국교재개, ‘버려진’ 재일한인의 문제와 그를 통해본 남.북.일 관계, 경제발전 과정에서 양국의 관계, ‘한류’와 ‘일류’ 같은 문화 교류의 차원, 역사인식의 상호이해와 평화공영에 관련한 문제 등이 폭넓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책을 통해 여러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10년 이후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강점’인지 ‘합방’인지 한일 양측의 논리를 알 수 있다. 1965년 체결된 한일조약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침략과 지배가 명시되지 않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고, 한국병합조약에 대한 ‘무효’ 문제라든가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를 해소하지 못한 채 봉합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이때의 조약 체결에서 덮어뒀던 문제들이 현재 한일관계에서의 역사인식 갈등이나 식민지배와 전쟁 과정에서의 배상문제, 북일 수교 교섭 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다. 한편 국교 재개 과정에서 한일 사이의 비공식 채널의 가동과 밀사외교, 포항제철 건설 등 경제관계에서 한일 간 인맥이 작용한 매커니즘 등을 설명한 부분도 흥미롭다. 또한 한일 역사갈등의 연원이 무엇이고, 역사 교과서 문제라든가 야스쿠니산사 참배 갈등, 독도 영유권 논쟁, 전후배상 문제 등에 대한 배경을 이해하는 데도 이 책은 도움을 준다. 이처럼 이 책은 20세기 한일관계와 관련하여 기본적인 상식을 제공해준다. 이 책을 일독하면 매스컴에 보도되는 한일 관련 사안들이 어떤 논리와 배경에서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아쉬움은 서술상 균형에 관한 부분이다. 6장 역사갈등과 평화공영 부분에서는 일본 쪽의 역사 ‘망언’이라든가 일본의 역사인식에서의 특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대체로 일본 쪽 역사인식의 문제 등을 서술하였고, 한국에서의 역사인식의 문제는 없는지 의문이다. 또한 ‘글을 맺으며’ 부분에서는 1990년대 이후 한일관계의 위상 변화를 설명하면서 한국은 민주화 이후 대체로 성장의 시각에서, 일본은 전반적인 보수화 국면에서 역사인식과 ‘과거사’ 처리에서 퇴행적인 모습이 보이는 시각으로 서술된 느낌이다(359~360쪽). 이런 부분들을 읽을 때면, 한국보다는 일본에서의 문제들을 지적하는 데 더 치우쳐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는다. 작년에 한국 내에서도 소위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고, 여전히 논란은 수면 아래에 잠복중이다. 교육행정 당국과 일부 보수언론은 기존 교과서의 역사서술을 일방적으로 ‘좌편향’이라고 매도하면서 성장적.팽창적인 사관을 담아내고, 때로는 ‘친일’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는 내용을 서술한 교과서를 의도적으로 옹호한 바 있다. 이런 점을 목도할 때 저자가 한일관계에서 한국에서의 한계와 문제점에도 서술을 할애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저자가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잘못만을 지적하고 나아가 규탄하는 방식은 결국 상대방으로부터의 또 다른 비난의 화살로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한일관계에서 쳇바퀴 돌듯이 봐왔다. 이런 방식으로는 말 그대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재구축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내셔널리즘 중심의 역사인식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는 일본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그런 분위기를 사회적으로 조성해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를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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