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가 아니라는 게 더 놀라운 이야기
kukury 2024/07/17 09:51
kukury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두 번째 아이
- 다비드 포앙키노스
- 12,600원 (10%↓
700) - 2024-07-04
: 201
<두 번째 아이>는 얼핏 들었을 때는 해리포터에 관한 누군가의 에세이같다는 인상을 준다. 부제가 '우리가 몰랐던 또 한 명의 '해리포터'이야기'니까.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다. 그냥 소설이 아니라 실화를 절반정도 녹여낸 정말 진짜같은 내용의 소설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마틴 힐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결말이 이미 정해져있는 스토리라는 사실을 숨길 생각이 없다.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마틴 힐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은지 이해하려면 비극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해리포터가 될 뻔했던 사건이 그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됐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깔고 들어간다. 그래서 뒷 내용이 계속 궁금해진다.
마틴의 부모님 이야기에서부터, 어쩌다가 해리포터 배역 오디션을 보게 되었는지까지도.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다는 듯 불가항력으로 자석처럼 해리포터와 가까워지는 마틴을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호기심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오디션을 어떻게 봤는데? 다니엘은 얼마나 특별했기에 세기의 오디션을 합격했던 거지? 마틴은 어디가 부족했을까?
익히 알고 있는 해리포터 영화 출연진과 조앤 롤링 스토리의 뒷면을 훑어보는 기분이라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건 이 지점이었다. 해리포터 배역에서 탈락한 이후에 이 아이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그 답을 소설은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자세히 서술해준다. 마틴은 영혼없는 인형같은 삶을 산다. 잘 지내다가도 해리포터 소설이나 영화에 대한 소식이 들리면 생각이 멈추고 두려움이 엄습한다. 해리포터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와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마법같은 뉴스들은 마치 마틴의 실패를 조롱하는 것 같다.
그 기분은 정말 마틴이 아니라면 상상도 못할 것이다. 현 시대에 다니엘만큼 그렇게 긴 세월동안 꾸준한 인기와 흥행 속에서 살았던 배우가 얼마나 될까. 다니엘의 인기는 마틴의 실패를 지속적으로 일깨워주는 것과 같았다.
사실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할 힘이 없는 주인공을 어떻게 응원해야 된단 말인가.
그런데 저자는 그걸 해냈다. 마법과도 같은 방법으로 자연스럽고 극적으로 마틴을 늪에서 끌어올려주었다.
실패의 기운으로 가득했던 마틴의 인생은 그 실패를 통해서 앞으로 나갈 힘을 얻었다. 예기치못한 감동에 이렇게 놀란 건 오랜만이었다.
더 이상 해리포터에 대해서는 읽을 책이 없다고 생각한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기를 권한다. 사각지대에 놓였던 전혀 새로운 해리포터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저자의 익살스러운 화법이 몰입감을 더한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마틴은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할 수 있었다. 그는 소설 일곱 권과 영화 여덟 편을 버티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대장정이 끝났음에도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 사방에서 기념식과 축하연이 열렸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해리 포터>의 파생작에 해당하는 새 영화 시리즈, <신비한 동물 사전> 제작이 발표됐다. 마틴은 벌써부터 진이 다 빠졌다."
_p.208
*문학수첩에서 도서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가몰랐던또한명의해리포터이야기 #두번째아이 #다비드포앙키노스 #문학수첩 #해리포터 #서평단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