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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바람의 서재
  • 작별인사
  • 김영하
  • 12,600원 (10%700)
  • 2022-05-02
  • : 27,945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베스트셀러이고, 유명세있는 작가가 9년만에 쓴 장편소설이란 홍보에 호기심으로 그이상의 정보없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작별인사라는 제목에서 주는 슬프고, 우울한 내용은 여지없이 소설 내용에서 구현되지만, 이 작품이 한 소년을 주인공으로한 SF 소설인 것은 소설 중반쯤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17~18세쯤 되는 주인공 철이를 통해 아버지와 함께 살던 안식처인 휴먼매터스 연구단지에서 불법기계들을 수용한 체육관으로, 그리고 불법기계들의 반란거점지를 오가며, 선이, 민이, 달마 등을 만나며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갖고, 더 나아가 삶의 의미, 우주 의식 등 종교철학(?)의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게 된다.

줄거리 자체가 흥미진진한 서사가 없이, 등장인물들의 철학적 사고들, 특히 선이를 대표하는 우주의식을 주장하는 만물일체설(우주가 생명을 낳고, 생명은 의식을 낳고, 의식은 영속하며 우주와 연결된다는...)이 중심이 되어 철이의 마지막 선택까지 이어지다보면 나처럼 작별인사라는 제목에서 주는 로맨스와 슬픈 이별을 떠올리는 독자들에게는 왠지 배신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스필버그 감독의 AI가 떠오르는 줄거리 전개에, 결국 로맨스도 없고, 인간과 기계의 차이, 어떤 것이 바람직한 삶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심도있는 대화들,

특히 죽음과 관련한 얘기들은 이 소설이 (신(神)은 빠져있지만)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는, 결코 한번 쉽게 읽고 지나갈 소설은 아니였다.

이 주제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몇번씩 읽고 음미할 부분들이 많았고, 작가도 그 부분에 특히 무게를 실어 글을 적은 것이 느껴졌다.​

인지도있는 대중소설 작가로서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흥미진진한 소설을 쓸 부담감이 컸을텐데도 이런 소재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다룬 것이 무척 대담했고(작가의 말을 보면 이런 소설은 다시 쓰기 힘들것 같다고 꼬리 내리시긴 하더만...),

평소 존재론적 삶에 대해 관심이 없던 독자들에게 한번쯤 생각하게 만들수 있는 좋은 동기부여가 되는 소설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유한하지만 그래서 아름답고, 현재의 삶에 충실하며,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우주에 통합되는 내세를 기대하고, 침착하게 현실과 작별인사를 하는 자세...

나도 따라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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