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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
  • 김경민
  • 14,400원 (10%800)
  • 2019-08-25
  • : 312

2011년 8월, 박병선 박사와 외규장각의궤에 대한 5분짜리 프로그램을 한 편 만들었다. 외교라는 큰 그림 속에서 묻혀야했던 한 연구자의 열정과 청춘을, 돌아왔으되 돌아오지 못한 우리 문화재에 대한 씁쓸함을 담담히 담았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문화재 환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살펴본 건 그때가 처음이지 싶다. 프랑스나 영국이 행했던 문화재 약탈사를 훑어보며 분노했고 당연히 우리 것인데 당당히 가져오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처사에 한탄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은 돌고 돌아 문화재환수 디베이트 대회에 발을 걸치고 있는 입장이 되었다. “문화재는 민족주의가 국제주의보다 우선이다.”지난해 열렸던 문화재환수 디베이트 대회의 고등부 주제다. 디베이트는 주어진 주제에 대한 찬반 양측의 주장을 모두 준비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입론을 준비하던 당시 당연히 문화민족주의 입장에 가깝다 생각했던 나는 문화국제주의 논리에 끌리게 되었다. 우리 것이니까 당연히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게 느껴졌다. 감정과 결부되는 이슈 말고 조금 더 냉정하고 치밀해질 수는 없을까. 우리는 왜 이 문화재라는 것을 이토록이나 원하는 걸까. 그들은 왜 그토록이나 끈질기게 버티면서 돌려주지 않을까.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라는 책의 출간 소식이 그래서 더 반가웠다.

 

  “우리는 왜 문화제 반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문화재는 대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서론을 읽어나가면서 무척이나 흥분되었다. 조금은 생소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다음 장에 또 그 다음 장에 펼쳐질 이야기들이 궁금해 조급증이 날 지경이었다.

 

  “제국을 유지하고 선전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문화재 약탈을 통해 식민지의 역사와 문화를 소유하고 그것을 전시하는 것은 그중 가장 상징적이면서도 교묘하며, 문화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방법이었다.”

 

  문화, 문화재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정보들을 기본 교양으로 깔고 그 위에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영국의 약탈사와 그들의 논리가 무엇인지 펼쳐나간다. 저자는 영국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일본으로 대체해 읽어도 무방할 만큼 닮아 있어 소름이 끼쳤다. 한 번 더 놀랐던 사실은, 우리나라도 문화재를 반환해줘야 할 입장에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탐사 경쟁에 뛰어들어 수집해온 컬렉션을 총독부 박물관에 남기고 갔고 그것을 인수해 전시해왔다니... 돌려줄 건 돌려주고 받을 건 받아야 할까. 우리나라는 영국과 달리 돌려받아야 할 문화재가 수없이 많다. 그렇기에 “어느 한쪽의 입장을 완전히 지지하거나 부정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문화재가 돌아가야 할 곳으로 가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거기에는 21세기에 걸맞은 여러 대안이 있을 것이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저자의 문장을 따라가다 마지막 장까지 덮고 나니 속이 후련해진다. 그동안 파편적으로 알고 있던 정보들이 퍼즐처럼 끼워 맞춰지며 정리 되었다고나 할까.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문화재는 몰라도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그에게도 역시나 흥미로울 책이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불러온 불운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가늠해볼 수 있기를, 그리하여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일상이, 관심이, 가치관이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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