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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꽃님의 서재
'엄마! 엄마 그려줘~ 아빠 그려줘!!!!'

20개월이 막 지나가던 채민이가 자주 했던 말이다.

유난히 말이 빨랐던 아이라 요구사항도 굉장히 정확하게 이야기 했다

'그려 주면 안될 것 같은데....'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이가 해 달라는 데로 성심 성의껏 없는 솜씨로 그려 주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림을 그리는 채민이를 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늘 나와 마주앉아 그림을 그렸던 채민이가

얼굴을 거구로 그리는 게 아닌가!!

스케치북 반대편에 앉아 있는 내가 보기에 앞으로 보이도록 엄마얼굴을 그렸다.

왜 그럴까?? 하다가 내가 그리는 것을 그대로 학습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나는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을 그때야 알았다.

아이가 엄마를 보며 나름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는 것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이였다.

그때 부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무작정 그려주는 것을 그만 두었다,

대신 엄마를 그려달라고 하면 엄마 얼굴을 자세히 보라며

눈 코 입 얼굴 머리카락을 설명하거나 그림책에서 나왔던 엄마들을 보옂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무슨 지식이 있어서가 아니고 달리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한참 이나 뒤에 이 책을 만났다,

아이의 스케치북에 손대지 마라!!

가슴에 비수처럼 꼿히는 한 마디였다,

내 경험에서 공감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지만

뭔가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금 5살이 되는 큰아이 채민이를 가지기 한달 전

나는 한달동안 혼자서 달랑 배낭하나 메고 유럽여행을 갔었다,

내 배낭안에는 미쳐 다 보지 못했던던 미술사 책의 복사물들이 가득했고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미술에는 정말 무뇌안이였던 내가 가서 돌아볼 곳을 정하다 보니

여행지마다 미술관이 빠짐없이 들어가게 되었다.

그림을 봐도 '아~~ 그림이구나~~'하는 사람이

그 먼나라까지 가서 외화 버리며 또 '그림이구나~~'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없는 형편에 일찍 결혼한 내가 안타까운듯

먼저 여행을 가라고 졸라댔던(?)신랑한테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미술사 책들을 보고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었었다,

누가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하나도 안 보일까봐 사실은 조금 두려운 마음에 나름 열심히 공부했었던 것 같다,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일본 공항에서 책보다 두꺼운 프린트물을 버렸을 때만 해도

내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첫날 여행부터 런던의 유명한 미술관을 돌기 시작해서

마지막 날 파리의 미술관을 돌아보고 비행기에 올랐을 때,

나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저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마도 내게 더욱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내가 잠깐이라도 경험 해 본 유럽 미술관들의 세심한 배려의 감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영 박물관 안에서 미라를 보며 열심히 그림을 그리던 아이들...

반고흐 미술관에서 작가의 생애에 대해 큐레이터의 설명에 집중하는 아이들,,,

퐁피두 센터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며 토론을 하던 아이들...

그냥 지나쳐 봤던 수많은 모습들이

이 책에서 다시 나의 기억을 불러오고 있었다.

 

여행 후 난 그냥 사진으로 보는 그림과

직접 붓의 터치를 느끼며 보는 그림의 차이에 대해 느끼게 되었고

작가에 의해서 탄생된 그림들의 그 어떤 부분도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작가의 생각에 의한 의도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이가 그리는 점 하나에도 아이가 가지는 의미에 공감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예술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풍부함을 더해주는 감성의 천연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예술...

그 예술의 의미를 아이가 함께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책을 읽으며,진정 예술을 즐기는 유럽인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그런 부모의 생각들이 자녀에게 물려지는 듯 했다.

입시위주의 우리의 교육현실에

어쩌면 진정 예술을 즐기는 것이 아이들의 메말라가는 감성을 살려주고

고된 입시로 인해 지칠 때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더 나아가 평생 변하지 않는 친구로 인생을 더욱 아름답게 해 줄수 있을꺼라 확신이 들었다.

 

사실 자연스런 예술교육의 환경이 잘 갖추어진 유럽의 교육환경이 부럽긴 했지만

잘 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가르칠 수 있다면

우리도 아이들에게 미술이나 음악을 평생의 감정을 나누는 친구로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책을 본다.

내가 지금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었인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가슴에 품어야 할 핵심이 뭇었인지

다시 한번 생각 해 본다...

그리고 진정 미술이나 음악과 친구가 되기 위해 나 부터 마음을 활짝 열어야 겠다.

 

욕실 바닥에 울긋 불긋, 집안 곳곳의 벽지에 울긋 불긋한 낙서같은 그림에도

아이의 작품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책이다.

'난 예술가에요 엄마이자 예술가.아이의 감성을 나보다 더 훌륭하게 어루 만져 줄 사람은 없죠.그래서 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반응 해요.!

어느 예술가인 엄마가 아이를 무릎에 앉힌채 작업하며 인터뷰한 내용이다.

저자가 이야기 했듯이 나도 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제는 나도 힘들고 귀찮다고 미뤄왔던 부분들을

아이와 함께 적극적으로 즐겨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벌써 유럽 여행을 가겠다고 하는 큰아이와 

언젠가 꼭 가게될 여행지 런던과 파리의 생생한 정보는 너무나 감동적이였다.

그리고 책에 실려있는 미술관 정보는 당장 사이트를 찾아서 둘러 볼 만큼

현실적인 것이였다.

단지 지방에 계신 분들한테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이 들어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지만

대표적인 곳들을 소개하다 보니 수도권으로 편중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어떻게 놀까?? 하는 설레임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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