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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M
무엇이 무엇을 질투한 걸까?
예쁜 표지와 제목, 그리고 작가의 이름에 혹해 읽게 된 이 책은 사실 한 번에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종말에 대한 궁금증으로 끝까지 읽어야 하는 책이기는 했다. 이 책의 장점으로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것은, 독자를 끝 페이지까지 끌고 가는 이자벨 라캉의 스토리텔링의 힘은 별도로 하더라도, 각각의 캐릭터가 생생하고 매혹적이라는 점이다. 구한말의 격변의 조선에서 유럽으로 파견된 사신 일환과 살아있는 영혼을 가진 프랑스 여인 엘레나의 짧지만 평생을 간 사랑. 그리고 우울하고 야누스적인 내면을 가진 일본 스파이 러시아인 도토로프. 신비로운 신기를 가졌지만 한편으론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낯선 환경에 대한 탁월한 적응력을 뽐내는 시종 유복. 100년 전 인물에 대한 생생한 복원이 눈부셨다. 또한 이 책만의 특징은 마치 연극의 지문처럼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생각이나 느낌이 괄호 안에 별도로 써서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이다. 캐릭터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압도적인 이 책은 한편으론 절대 유머가 부족하지도 않다. 일환의 시종인 유복에 얽힌 스토리는 느슨한 슬픔으로 가득 찬 이 책에서 독자에게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훌륭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하나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탐구의 부족. 분명히 느낄 수 있는 다정한 호의를 갖고 묘사하고는 있지만 몇 개의 이미지에 매달린 조선에 대한 이해는 그 깊이와 폭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저자는 한국계 프랑스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계 프랑스인이라는 것은 결국 프랑스인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으로써는 절대 낭만과 여유로 회고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낭만적이고 서구 중심적인 사고로만 본 시각이 아쉽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외국인의 눈으로 본 조선인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신선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서재필에 대한 팩션과 우연찮게 시기적으로 맞물리는 소설이라 아무래도 겹쳐보게 되었다. 같은 시기에 대해 한국인이 결코 낭만적인 시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라고나 할까.
아름다운 소설이다.
아름다운 사랑이다.
하지만 FTA문제로 예민해져 있는 내 상태가 문제이다.
사실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무엇이 무엇을 질투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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