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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M

반야, 제목만 보고 불교색이 있는 소설인가 싶다가, 무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기에 그만 호기심이 동했다. 무속이나 무녀, 무당 등에 대해 평소에도 은근히 관심 있었기도 했고....

하지만 무려 2권이나 되는 걸 선택하려니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다.

이거 읽다가 재미없으면 어떻하지? 저번에 다빈치 코드는 1권까지 재미있다가 2권부터는 김이 빠지던데..그 꼴 나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요즘엔 긴 걸 잡기가 조금 망설여지기도 하던 참이었다. 요즘 오쿠다 히데오라던지 해서 단편 몇 개가 있는 단행본들을 읽기가 편해진 참이었으니까.


그래도 무속이라는 건 왠지 꽤 스릴있고, 조심스럽고, 터부라는 느낌이 강한 분야다. 적어도 나한테는. 게다가 내 평소 지론에 의하면 터부란, 터부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범하기에 충분할 만큼 매력적인 법이니까.

그래서 그만, 읽을 이유가 생겼다.

이거 한 무녀의 일대기에 대한 이야기일까? 에피소드 중심이면 좋겠는데... 다큐 성향의 글이려나?


아무 생각없이 첫장을 펼쳤다.

어? 역사소설인가? 워낙 픽션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로써는 반가운 일.


슬금슬금 읽어가는 도중,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뭐 이런 무녀가 다 있어?

무녀란 게 자신이 받은 신기로 사람들의 곤란함을 풀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고, 굿해주고 그래서 원한도 달래주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반야라는 무녀, 지멋대로다.

돈도 더럽게 많이 받고, 위로는 코딱지만큼도 없이 사람 가슴에 비수나 팍팍 날린다.


그런데 좀더 지나다보니, 문득 참 내가 도둑심보인가 싶은 생각도 조금 들었다.

자기도 신기를 받고 싶어 받았을까? 개인적인 삶을 희생하고 그딴 신기, 받은 것도 억울한데 왜 남의 더러운 속사정까지 헤아리며 그 뒷치닥거리를 하는 걸 당연한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잘해도 본전치기요, 못하면 멍석말이 운명이다.


게다가 잘 보이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양반은 물론이고, 양민들까지, 무녀란 건 길거리에 세워놓고 때려죽여도 아무 거릴낄 게 없는 천것 중에서도 천것인 것이다.

무녀라는 거 참 더럽고 못할 짓이다 싶었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 심사가 이리 뒤틀려도 그렇겠다 싶어 이해가 가더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두 눈 멀거니 뜨고 놓쳐야 하는 게 당연하고, 순리가 아닌 일도 가타부타 말할 수 없는, 살았지만 살지 않는 인생, 무녀. 권력자 밑에서 살자니 몸은 지켜 무얼 하겠나. 길든 짧든 한 생 살기에 마땅할 만큼 타고나는 몸뚱이.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억울하다.

체념하고 순응하고 살자니, 벨이 꼴린다.

똑같이 눈 두 개, 코 하나 달고 나왔는데, 뭐가 그리 잘나셨을까.

그리 잘나신 분들이면 못난 것들 돌아볼 여유도 있을만한데, 그런 아량도 없는 인간, 잘난 건 또 무얼까?

아무래도 그런 내 속맘을 이 여자도 가지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고분고분 점이나 보며 살 수 없었나 보다.


이 소설은 강인한 여자들에 대해 말한다.

역사소설이네, 시대에 대한 의식적 참여네, 읽는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이 소설은 '여자들'에 대해, 그리고 '여자들의 삶'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의 여자들은 멋지다. 인생이 흘러갈 때 이미 모든 것이 정해졌다면 정해진 대로 흘러가라. 난 내 인생을 산다라고 말한다. 멋지지 않은가!


어차피 될 대로 될 터라면

잘되던 못된던 난 나의 소신대로 행동하고 이 순간을 견디리라.

모든 일은 될 대로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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