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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Pearl님의 서재
p.262-263
진정한 확신에 이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 즉 적절한 정보의 확보와 자신의 결정이 영항력을 가진다는 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무력한 방관자의 의견은 이런 확신의 표출이 아니라, 담배 상표의 선호도와 마찬가지로 진부하고 구속력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나 선거에서 드러나는 의견은 인간의 판단력의 최저 차원일 뿐, 최고 차원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이 사실은 인간이 지닌 판단력의 최고 잠재력을 입증하는 두 가지 예가 뒷받침해준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사적 결정은 정치적 결정보다 대체로 한결 더 현명하며, 그 점은 a) 사적인 관심사에서, 그리고 b) 배심원 역할에서 명백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배심원들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되며, 흔히 복잡하고 꿰뚫을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해서 심판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충분히 토론할 기회를 가지며, 자신들의 판단이 피고의 사활을 결정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 결과, 그들의 결정은 대체로 고도의 통찰과 객관성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이와는 달리, 정보에 어두운 채 반쯤 최면에 걸린 무력한 사람들은 진지한 신념을 토로할 수 없다. 아무리 민주주의 체제에서 나온 의견일지라도 그것이 아무런 정보를 제공받지도 못하고 논의의 기회도 없이 나온 것이라면, 또한 그 결정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는 것이라면, 운동경기에서 박수를 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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