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해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은 늘 굴러 왔던대로 굴러간다.
사회 전반에서 디지털로의 이행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직접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의 메우지 못할 심연의 괴리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언제나 거대한 변수로 작용하는 중국은 또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근본적인 답은, 늘 그렇듯이 뿌리부터 변화시켜 나가는 것에 있다. 문제점을 알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이들이 사회 변화를 이끌고 주도해야한다. 단순히 1번을 찍느냐, 2번을 찍느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인과 기득권에 압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이는 정당활동이 아닌, 주체적인 참여로서 이뤄내야하는 쇄신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사회의 현실적 토대에서 이러한 쇄신의 과정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여전희 의문으로 남는다. 민주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이해, 디지털로의 급속한 이행, 그리고 중국이라는 변수 등 다양한 문제점을 어느 수준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지에 따라 논의의 출발점과 질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를 중심으로 설명했지만, 우리의 논의는 한국에서 출발해야 한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한국정치의 현실 속에서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모색하는 일은 또다른 통찰과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결국 우리에게 맞는, 한국사회를 위한 민주주의 쇄신의 모델은 또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은 당연히 유권자인 시민들, 즉 우리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