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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
  • 수전 니먼
  • 17,100원 (10%950)
  • 2024-04-25
  • : 1,145

정치적 올바름을 원리적으로 고수하는 워크(woke)의 사상적 이면에는 통상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부르는 아이디어가 자리하고 있다. 이성에 대한 회의와 객관적 진리에 대한 부정, 권력과 사회구조에 대한 해체적 접근은 서구사회가 걸어온 계몽주의와 근대적 야망이 오늘날 어떻게 종말을 고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식민주의를 정당화하고 백인남성 지배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서구문명의 역사는 해체의 철학 앞에서 철저히 무너지고 만다.


그런데 우리 사회를 이렇게 이해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 서구문명은 본질적으로 성차별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는 걸까? 모든 백인 남성은 태어날 때부터 특권을 가지며 인류의 역사에서 항상 가해자였을까? 보편적 인권이나 가치를 내건 슬로건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와 속임수에 불과한 걸까? 노예 해방과 여성 참정권 운동과 같은 진보의 역사는 정말로 지배계층의 합리적 통제를 위한 또다른 술수이자 기만인 걸까? 


수전 니먼의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는 이런 생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워크가 이념으로 삼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상들이 계몽주의를 오해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상들은 진보가 추구해 온 보편적 가치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정체성 정치는 부족주의를 부활시키며 모든 사회적 담론들을 성별과 인종의 블랙홀로 빨아들인다. 그리고 이 사상의 핵심적인 원류에는 미셸 푸코가 있다. 저자는 푸코의 주장을 분석함으로써 정치철학적으로 워크가 어떻게 잘못된 길을 걷게 됐는지를 보인다. 


이러한 주장에는 언제나 같은 방식의 반론이 잇따른다. “당신은 푸코를 오해하고 있다!”, “푸코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다!”. 글을 모호하게 쓴 사람이 잘못인지 아니면 글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잘못인지는 분명 하나하나 따져볼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사회에서 이해하고 실천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치적 담론들이 오늘날 워크의 사상적 기반을 이루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권력과 사회구조에 대한 무자비한 해체 이후에는 과연 무엇이 남을까? 사회의 모든 측면-제도, 법률, 정치, 문화 등이 근본적으로 성차별과 인종주의를 정당화하는 거짓 논리로 가득차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이념이라는 게 과연 남아 있을까? 워크가 발판으로 삼은 사상적 기반은 이러한 점에서 자기모순적이고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는 파괴적이다. 대안이 없는 사상은 우리에게 그 어떤 유의미한 통찰도, 희망도 주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좌파는 워크가 아니다”.

"보편주의가 특정 이익을 은폐하는 목적으로 오용되었다는 것 때문에, 보편주의 자체를 포기할 것인가?

정의에 대한 주장이 권력에 대한 주장을 감추는 치장일 때가 있었다는 것 때문에, 정의의 탐색 자체를 포기할 것인가?"

진보로 나아가는 여정이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 적이 있었다는 것 때문에, 진보에 대한 희망 자체를 멈출 것인가?

실망이란 아주 절실한 감정이며, 사람을 완전히 무너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론"은 실망을 직시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실망을 우주의 구조로 읽어내어 거대한 의구심의 교향곡을 작곡하였고, 이것이 현재 서구문화의 배경 음악으로 흐르고 있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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