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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우주
  • 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 이민경
  • 14,400원 (10%800)
  • 2019-08-26
  • : 1,460

 2018년 8월 13일 오후 15시. 내가 팔꿈치까지 오던 머리를, 감고 말리고 세팅하는데까지 한시간이 걸리던 그 머리를, 투블럭 형태로 잘라낸 날이다.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일이 겉탈코의 마침표를 찍는 일이었다. 그 후로 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오늘의 삶을 엮어 나가는 지금 이 순간과 연결되어 나의 탈코르셋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많은 물음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작가가 엮어낸 글들엔 여러 사람들의 현재의 삶이 기록되어 있다. 챕터와 챕터를 넘나들며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모든 이야기들이 조각처럼, 마치 퍼즐처럼 나에게도 있다는 것. 그 만큼 많은 이야기와 논의가 실려있다. 

 

 그리고 지나간 기억들과 함께,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래 그랬지. 나에게 페미니즘은, 그리고 탈코는, '그거 해서 뭐하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에 대한 대답이었다. 낭만화된 관념을 앞세웠던 시간을 밟고 선 말들에 대한. '어떤 세계에 살고 싶었었는가?'에 다시 닿게 했다. 의지 없이 떨어진 이 세계의 규칙을 내재화하고, 도저히 받아들여 넣어지지 않는 것들은 구겨넣곤 하던 움직임을 멈추고, 가벼움으로 향하고 싶었음을. 

 

 우리는 길에서 죽게 되는 일이 무서웠다. 가끔은 이런 세상에서 오래 살게 되는 일이 지긋지긋해서 그냥 죽어버리고 싶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책 속에 작가가 만난 '탈-코르셋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내가 만난 맥락은 우리는 실은 절절히 살고 싶어했던, 너무나도 인간답고 싶었던 생존의 욕구가, 강력한 생을 향한 의지라는 내심이었다. 결국 이야기에 의해서 모든 여성들이 건강해지기를, 건강하기를, 그리하여 살듯 살아가기를 기도하는 마음 앞에 서게 된다. 

 

 탈코르셋 운동이 어떤 움직임에 의해 시작되었는지 처음부터 알아가고자 하는 사람부터 이 운동을 선택한 사람들이 무엇에 닿게 되었고, 어디쯤 서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풍성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함께 읽고 비슷한 길 위에 서게 되는 여성이 더욱 많기를 바란다. 

정확해졌어요. 감각과 실재가 맞아가는 방식이예요.-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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