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의 단편 만화를 앤솔로지로 엮은 책이다. 첫 번째 단편 <아나>에서 마지막 작품 <신은 변기>까지 쉬지 않고 읽었고, 읽으면서 계속하여 숨을 멈추게 하는 스토리의 전개는 무디어진 뇌를 자극 시키기에 충분했다.
첫 번째 작품 <아나>의 결말에서 주인공 '아나'가 이렇게 독백한다. "끝없이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인류라는 종의 숙명"이며 "기술을 사용하는 방향이 가까이서 보면 비틀거릴지언정 멀리서 보면 옳은 방향으로 멈추지 않고 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기술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영화 <오펜하이머>가 오버랩 되었다. 두 번째 단편 <웰다잉 프로젝트>에서 죽음을 '신개념 리얼리티쇼'로 만들어 시청률을 높이려는 방송국과 이에 편승한 관련 업체들이 이 쇼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등 지극히 세속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그러나 꾸며진 죽음보다 진정 아름다운 죽음은 소박함에 있다는 결말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에서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느꼈다. 세 번째 단편 <붉은 여왕>은 외모지상주의의 결말을 보여준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 모두가 '외모교정 유전자시술'로 예쁘다는 세간의 기준에 맞춰진 평범함 얼굴이 되었다. 그러다가 유전자시술의 잘못으로 '미운 오리 새끼'로 태어난 주인공 '매트'가 노력하여 더 예뻐지자 그를 따라가려는 기존의 평범한 사람들이 성형외과로 몰려들었고. 종국에 인류는 인조 육체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이 인조 육체에 뇌를 이식시키는 단계에 이른다. 작가는 '평범하기에 아름답다'고 마지막 결론을 맺는다. 네 번째 <마지막 비행>은 작금의 SNS의 문제점들과 제작과 유통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6개의 단편 중 가장 공감되는 주제였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되고자 열망하는 비튜버(유튜버)들이 버스를 납치하여 가다가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떨어지는 마지막 장면까지의 과정에서 나타난 방송국의 시청률 높이기, 일부 비튜버들이 이 사건을 이용하는 작태 등을 읽으면서 저절로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고 떨어지는 버스를 보고 한 비튜버가 '이 세대의 운동가들이 마지막 비행을 합니다"라고 현장 중계를 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마지막 작품 <신은 변기> 라는 제목의 단편이다. 화장실 변기를 신으로 모시고 세상 사람들을 현혹하는 교주와 그를 따르는 교인들 이야기가 웃음 속에 슬픔을 자아내다. 그리고 마지막에 '변기 신'은 교주와 교인들을 모두 삼키고 다른 세상에 변기와 교주의 왕관만이 떨어진다. 여기서 외딴 세상의 한 사람이 왕관을 발 앞에 둔 채 변기를 변기로 사용하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다. 코카콜리 병이 하늘에서 떨어져 신이 되는 영화 <부시맨>을 생각나게 해준다.
6개 모두 일상의 사건들을 뒤집어 해학으로 풀이하는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 두 번째 단편집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