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e Hundred Years of Lenni and Margot)
17세인 레니, 83세인 마고의 백 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차가운 분위기가 연상되는 글래스고 병원 메이 병동에 입원한 레니는 자신이 왜 죽어가야 하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아서 신부와 대화하길 좋아하는 그녀는 신부에게 이유를 물어보지만, 뚜렷한 대답을 할 수 없는 그에게 흥미를 느끼며 말을 이끌어 갑니다.
스웨덴 출신의 레니는 영국으로 이사 오고 나서 행복과의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레니의 엄마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그녀를 멍하게 바라보고, 아빠는 가족을 무기력하게 바라봅니다. 어느 날 엄마는 갑자기 레니를 아빠에게 맡겨둔 채 홀로 스웨덴으로 돌아갑니다. 상실을 맞이한 레니는 자신의 삶에서조차 동화되지 못하게 되고 시한부 환자 병동에 이르게 됩니다. 그곳에서 아서 신부님, 신입 간호사, 계약직 직원, 미술실 선생님, 마고를 만납니다. 미술 수업에 멋대로 참여한 레니는 장난기가 가득한 노부인 마고를 처음 마주하게 됩니다.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점차 삶이 외롭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죠. 마고는 자신의 결혼 생활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랑을 약속한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얼마 후 소중한 아들을 심장병으로 먼저 떠나 보내게 됩니다.
짧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작은 희망에서부터 시작한 그들의 백 년의 삶은 잔잔한 이야기로 풀어집니다.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정과 사랑이 점점 깊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면 주인공이 환자라는 사실을 잊을 때가 있습니다. 함께하는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은 죽음이 아닌 생기였습니다.
삶을 공유하려는 레니를 보면서 평소에 어딘가에 갇혀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저의 무의식적인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코로나 이전엔 곳곳으로 여행 다니기를 좋아해서 사람들과의 접촉이 굉장히 즐거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블루도 생기고 점차 사람들과 멀어지면서 같은 장소에 머무는 일상이 반복되나 보니 어느덧 이런 패턴이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꺼지지 않게 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서로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기대가 생깁니다.
"넌 앞으로 정말 행복해질 거야." 나는 레니에게 말했다. "키 큰 남자랑 결혼할 거고, 그 남자는 검은 머리에 밝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일 거야. 그리고 매일 너에게 노래를 불러줄 거야. 처음에는 작은 아파트에 함께 살 거고, 그다음에는 주택으로 이사를 갈 거야. 나한테는 엽서를 보내겠지? 그리고 귀여운 아기도 한둘 낳을 건데, 그중 한 명은 아서라고 이름 짓고, 또 한 명은 스타라고 이름을 지어. 정원에는 달팽이가 살 텐데, 그래도 넌 신경을 안 쓸 거야. 넌 정말 행복할 거고, 여기서 만난 우리 모두를 기억할 거야. 옛날 일을 회상하면서 그때 참 재밌었다고 말하겠지? 내가 너의 집에 놀러 가면, 넌 침대에 꽃무늬 시트를 깔아줄 거야."
레니가 천국으로 떠나기 전, 마고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그녀는 레니가 아직 세상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넘친다는 듯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환자가 아닌 평범하고 건강한 소녀였다면, 어떤 삶을 앞으로 살아갈지 궁금해집니다. 활발했던 레니의 행동과 대조적으로 떠날 때는 조용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고의 독백 모습에서 마지막까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들이 남긴 백 년의 시간이 아주 긴 여운을 느끼게 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