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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님의 서재
  • 작은 땅의 야수들
  • 김주혜
  • 16,200원 (10%900)
  • 2022-09-28
  • : 3,925

제목을 보아선 작은 땅은 한반도를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야수는 무엇을 뜻할지, 여러 생각이 들었던 표제입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이틀에 걸쳐 완독하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 장대한 소설을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읽어보길 희망하며 깊은 울림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긴 시간 동안 이 책을 쓴 작가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청소년기에 배운 역사와 자격시험을 준비하며 공부한 시간을 통틀어 생각해보면, 기생에 대해선 그저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들에게 큰 관심이나 호기심이 없었기에 등장인물로 나온 그녀들의 이야기가 생소하면서 머리를 강타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감정 표현이 잘 서술된 옥희를 통해 그 시대의 흘러가는 장면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옥희는 장녀란 책임의 몫으로 이른 나이에 어미의 곁을 떠나 은실 밑에서 기생이 되기 위한 견습생을 택합니다. 그 길의 시작이 그녀의 인생 흐름을 어떻게 보여줄지 불안함 속에서도 어떠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친구이자 가족과 다름없는 연화는 자기애가 넘치고 명랑한 모습 속에 우울한 내면이 담겨있습니다. 미인인 어머니를 그대로 닮은 그녀의 언니인 월향은 모성애를 가득 받고 자라지만 연화에게는 모든 게 그 반대였습니다. 경성에서 기생이 되어서도 외모로는 인정받지 못한 채 옥희의 그림자와 같은 역할이 되었습니다. 연화의 뛰어난 가창력을 유일하게 북돋아 주는 자산가의 유부남을 만나 인생의 2 막을 열지만 그 생활의 끝은 불행이었죠.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인을 후원자로 둔 기생의 삶은 표면으로만 보았을 때 화려함과 멸시가 담겨있습니다. 은실과 단이(김예단)는 전성기에 부를 늘리고 성공하면서 조국을 위해 독립운동가 자금력을 뒷받침해 줍니다. 상류 기생인 만큼 무수한 일본인의 비위를 맞추고 그 대가로 후원받으며 그들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굳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국의 마음과 대의를 위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했습니다. 큰 기개를 품고 있다는 말 그 자체입니다.

어린 월향에게 저지른 일 등 일본인의 만행에 혐오를 느낀 옥희는 평생 그들을 후원자로 두지 않습니다. 오로지 가난했던 한 사람을 향한 그녀의 마음이 바다같이 깊고 넓게 표현됩니다. 순수하고 진정성이 가득한 애정으로 한철의 성공을 기원해 주고 물질적으로 지원해 줍니다. 그가 자리를 잡은 후 결혼을 기다리는 옥희에게 기생이었단 이유로 거절할 때 저 또한 피멍이 든 기분이었습니다. 옥희의 헌신이 수포가 되고 그녀는 체념해버립니다.

수년의 시간 동안 옥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성공을 욕망하며 사회주의자이자 대대로 자산가인 명보의 일을 도운 정호가 있습니다. 그가 마침내 그녀에게 참아왔던 마음을 고백할 때 옥희는 불편함을 느끼며 한철을 떠오르게 됩니다. 친구로서 사랑하는 정호를 한철로 덮으려 했지만 서로에게 향한 마음이 달랐기 때문에 관계가 멀어집니다.

1918년도부터 1965년도까지 반세기 동안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일본 통치하에 무력 상태인 사회 배경에서 기생 계층을 중심으로 작은 야수들의 삶이 전개됩니다. 이 작은 땅에서 용맹한 호랑이는 우리의 상징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영적인 힘을 표현하는 호랑이는 우리 조상들의 모습에 담겨있습니다. 일본의 투항을 받고 광복을 맞이하기까지 달려온 야수들의 정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부가 되지 못해 후회스러운 마음을 서로 터놓는 정호와 옥희, 반역죄로 당대 사회 분위기에 따라 결국 사형이 집행된 정호의 마지막을 끝으로, 옥희는 서울을 떠나 해순 언니의 고향인 제주로 향합니다. '서월할망'으로 불리면서 해녀 일을 하고 새 삶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라 합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는 사랑을 떠오르면서.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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