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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님의 서재
  • 꽤 낙천적인 아이
  • 원소윤
  • 13,500원 (10%750)
  • 2025-07-18
  • : 14,356
세상을 싸늘하게 관조하는 듯하지만
작가 원소윤은 낙천적인 면도 있고 냉소적인 면도 있는
사랑이 많은 아이인 것 같다.

유년기의 서술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유년기도 한번 되돌아보게 되는데
유독 과거의 기억 방면에 문제가 있다 보니 
나라면 절대라고 까지는 아니지만 못할 작업이지 싶다.

생전 본적도 없는 이들에게 가족을 맡기는 심정을 서술한 부분에서 한참 멈춰 있기도 했다.
더불어, 세상이 좋아져서 상황이 괜찮아서 나는 누구의 짐도 되지 않고 안녕을 고할 수 있기를.
하는 생각도.

민음 북샵에서 구매해서 작가의 추천 레터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게 또 원소윤 작가의 귀여운 면모를 보여준다.

- 땀을 흘리고 닦는 작가가 될 거야! 죄를 짓고 용서를 구하고 벌을 받는 작가가 될 거야! - 추천 레터 중

- 은행에 도착한 치릴로는 로무알다 손에 통장을 거칠게 쥐여 줬다. 여기 있는 돈을 정리해서 당장 다 가져가라고.
"내 돈 안 뜯어 간 사람 너밖에 없다. 나 죽으면 다 나눠 가질 테니, 그 전에 네 몫 챙겨라."
여기까지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나는 그것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치릴로가 깡패처럼 로무알다를 끌고 갔다는 발단 대목에서는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마음을 졸였기 때문이다. 치릴로가 은행을 털러 가는 길에 "아, 맞다! 인질이 필요하지!" 하고 만만해 보이는 로무알다를 고른 것도 아니고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것도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다음에는 순조로운 전개를 맞겠구먼, 한시름 놓았다. - 21

- 무심한 조명 덕분에 우리에게 일어난 일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만일 극복한다면 뭘 극복해야 하는 걸까. 심지어 극복이 무얼 위한 것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 32

- 나는 귀한가. 매 순간 느끼고 있는바에 근거해 말하자면 나는 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모두가 안 귀해 보였다. 솔직히 그것 자체는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이 겪어 내는 고통의 크기가 측량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이었다. - 35

- 사람이 저렇게나 많은데 나는 한 사람과 만났고 오래 이야기했고 그럴 수 있어 기뻤다. 동시에 두려웠다. 살아가는 데에 특별히 필요한 게 없는 사람이 되려 했는데 꼭 필요한 뭔가가 생길 것 같았다. 꼭 필요한 뭔가가 생긴 삶은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지? - 171

- 그러고 보니 기가 찼다. 아까 병원 유니폼 입은 사람들, 그들이 누구인 줄 알고 엄마를 맡긴 걸까. 엄마를 마취하고 피부를 째고 뼈를 맞추도록 맡긴 걸까. 신용을 알 수 없는 이들에게 거금을 넘긴 기분이었다. 시간도 남아나겠다, 기도나 해볼까 싶었지만 신앙심을 잃은 지 오래여서 기도의 샘이 바짝 말라 있었다. 그 누구를 향한, 그 무엇을 향한 어떠한 믿음도ㅗ샘솟질 않았고 가장 믿을 수 없는 건 단연 엄마였다. - 199

- "장기를 줄 수 있는 상황이어야 장기를 줄 수 있는 거야. 나중에 아빠 장기가 기증되잖아? 그럼 참 잘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돼."
놀랍게도 그 얼렁뚱땅한 말이 내게 위안을 주었다. - 207

- 불광천에는 '바르게 살자'라는 구호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불광천에 들를 때마다 나는 비석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비석은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에서 세운 것으로 이 협의회가 '삼청교육대'의 후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늘 사진을 찍었다. 바르게 살자. 세상에 이보다 와닿는 말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226


2026. jul.

#꽤낙천적인아이 #원소윤 #민음사 #오늘의젊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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