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단편선 2 - 서머싯 몸
hellas 2026/06/1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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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머싯 몸 단편선 2
- 서머싯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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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이라는 작가는 읽을 때마다 늘 그랬다.
늘 곰곰이 되짚어보게 만드는 훌륭한 묘사.
유머러스한 내면의 통찰이 훌륭한 관찰자의 시선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믿게 된다.
당대의 작가로서 가지기 쉽지 않은 드문 윤리, 성, 계급 의식까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게 아닐지.
역시나 이번 단편선을 읽으면서도 시대상 대비 여성 묘사는 진보적이라고 느꼈다.
단편 소설의 간결함 속에서도 풍부한 시선들이 담겨 있는 재밌는 독서.
작가의 시선이 인간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이라기보다는 연민과 이해의 시선이라는 점도 몹시 공감.
- 하지만 대중이 어떤지 알 거예요. 훌륭한 묘기를 선보이면 열광하다가도 그들은 변화를 원하죠. 아무리 뛰어난 묘기라도 싫증을 내고 더 이상은 보러 오지 않아요. 당신도 겪을 일이랍니다, 내가 겪었던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에요. - 23, 춤꾼들
- 나는 그 소설을 읽지 않았다. 어떤 책이 돌풍을 일으키면 일 년은 기다렸다가 읽는 것이 좋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전혀 읽을 필요가 없는 책들이 얼마나 허다한지 생각하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 60, 비둘기의 노랫소리
- "난 사람들이 모르는 걸 집어내는 안목이 있지."
그는 말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었지만, 그는 그것이 괜한 것을 들추는 것은 아닐까 돌이켜 볼 줄은 몰랐다. - 107, 사자의 가죽
- 페리에 부인은 분통이 터졌다.
"대체 왜 그 청년을 거부하는 거니? 그 청년이 널 강제로 취했어. 그래, 그때 그 사람은 술에 취했지. 여자가 그런 일을 당하는 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거야. 그 사람이 네 아버지를 때렸고, 네 아버지는 돼지처럼 피를 흘렸지만 네 아버지가 그 사람에게 앙심을 품었더냐?"
"불쾌한 사건이었지만 난 다 잊었다."
페리에가 말했다.
아네트는 거칠게 웃음을 터뜨렸다.
"성직자가 되지 그러셨어요. 상처받은 걸 진정한 기독교 정신으로 기꺼이 용서하시다니."
"그게 잘못이냐?" 페리에 부인이 발끈해서 물었다. "그 남자는 보상을 하려고 최선을 다했어. 그 남자가 아니었으면 지난 몇 달 동안 네 아버지가 어디서 담배를 구했겠니? 우리가 굶주리지 않은 것도 다 그 사람 덕이야."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품위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 선물을 그 사람 얼굴에 던졌어야죠."
"너도 덕을 봤잖아, 아니니?"
"아뇨, 아니에요."
"알면서 거짓말하지 마라. 넌 그 남자가 가져온 치즈랑 버터, 정어리는 거부하고 먹지 않았지. 하지만 네가 먹은 수프는? 내가 그 사람이 가져온 고기를 수프에 넣는다는 거 너도 알잖아. 오늘 밤 네가 먹은 샐러드는? 그 사람이 가져온 기름이 아니었으면 맛대가리 없는 샐러드를 먹었을 테지."
아네트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손으로 눈을 가렸다.
"알아요.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너무 배가 고팠어요. 네, 그 사람이 가져온 고기가 수프에 들어간 걸 알면서도 그걸 먹었어요. 너무 먹고 싶었어요. 그걸 먹은 건 내가 아니에요. 내 안의 굶주린 짐승이 먹은 거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쨌든 먹었잖아."
"치욕스러워. 절망적이야. 그놈들은 탱크와 비행기로 먼저 우리의 힘을 꺾어 놓고, 우리가 무장 해체되니까 굶기는 것으로 우리의 영혼을 꺾고 있어." - 159, 정복되지 않는 사람들
- 타인의 삶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지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거늘, 놀랍게도 사람들의 태도나 습관, 견해를 수정해야 한다고 거침없이 논평하는 자신만만한 정치인이나 개혁가 같은 인사들이 종종 있다. 나는 조언하는 것이 늘 주저된다. 다른 사람을 자기 자신만큼 속속들이 알지 않는 이상 어찌 그 사람에게 어떻게 행동하라는 조언을 할 수 있을까? 맹세코 나는 나 자신을 거의 알지 못하며 다른 사람들은 조금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이웃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우리는 각자 외로운 탑에 홀로 갇힌 죄수들이고, 인간의 형상을 한 다른 죄수들과 기존의 신호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그 신호의 의미는 내가 생각하는 바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가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인생은 한 번만 살 수 있는 것이고 가끔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도 일어나는데, 내가 뭐라고 이래라저래라 남에게 어떻게 살라는 말을 감히 한 단 말인가? 인생은 어려운 숙제다. - 195, 행복한 남자
- 현실이 내포한 여러 가지 불편한 요소들 중 하나는 완성된 이야기가 드물다는 것이다. 흥미를 자극하는 사건들이 있어도 관련된 인물들이 짙은 안갯속에 있기 마련이라 도대체 앞으로의 일을 가늠할 수가 없다. 우리가 예상한 불가피한 재앙은 전혀 불가피한 것이 아니며, 엄청난 비극은 예술성이 결여된 잡담 수준의 촌극으로 축소되고 만다. - 202, 낭만적인 아가씨
- "스페인에서 인간의 생명이 경시되는 것이 투우 때문은 아닐까요?"
"인간의 생명이 중시되어야 한다고 보세요?" - 222, 명예가 걸린 문제
- 그는 자신의 문학적 자서전 <요약(summing up)>(1938)에서 단편 소설에 대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내가 과연 체호프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끊어지지 않는 선처럼 설명부터 결과까지 치밀하게 짜여 진행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단편 소설은 단일한 사건의 내러티브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서술에 불필요한 것은 모두 제거하여 사건에 극적인 통일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른바 '종지부' 찍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비판은 논리적이지 않은 경우에만 타당하다고 보았고, 비논리성에 따라붙는 비난도 정당한 이유 없이 순전히 효과만 노리고 비논리성을 남발하는 경우에만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요컨대 나는 단편 소설을 흐지부지한 말줄임표보다는 마침표로 끝내는 것을 더 선호했다. - 작품 해설 중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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