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 조승리
hellas 2026/06/03 13:03
hellas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 조승리
- 15,120원 (10%↓
840) - 2024-03-29
: 25,256
용궁장의 고백을 읽고 관심이 생겨 정보 없이 책을 샀는데,
작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예상치 못한 정보에 조금 놀랐다.
그런 이유로 에세이 전반이 장애와 뗄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었다.
그 지난하고 고된 경험을 쉽게 공감한다 감히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체념을 한다라고 작가는 썼지만,
절대 체념하지 않는 삶의 태도와 자세가 기세로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다.
다른 책도 더 궁금해진다.
차례에 앞서 점자도서나 전자책으로 만들 때를 위해 표지 설명을 덧붙인 점이 좋았다.
- 나는 어둠을 훑어보았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하늘을 수놓는 수백 송이의 불꽃이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 저 불꽃을 볼 수 없다 해서 아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불꽃은 더 찬란하고 빛나기 때문이다. - 15
- 카프카를 읽고, 하루키와 윤대녕과 빌 브라이슨과 레이먼드 챈들러를 만났다. 내게는 시간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10여 년 정도 시력이 남아 있을 거라고 진단했다.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손에 닿는 대로 책을 꺼내 활자를 눈에 담았다. 당시 나는 무지했다. 책은 눈으로만 읽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계문학전집을 모두 읽고 싶었다. 기형도의 시집을, <호밀밭의 파수꾼>을,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읽어야 했다. 그래야만 내 현실을 견딜 수가 있었다.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로 집에 가면 엄마는 제발 책 좀 읽지 말라며 야단을 쳤다. 그러나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 - 16
- '극복'이라는 말처럼 오만한 단어가 있을까? 장애를 극복하고, 가난을 극복하고, 불합리한 사회를 극복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영원히 내 장애를 극복하지 못할 거라고. 나는 단지 자주 내 장애를 잊고 산다. 잊어야지만 살 수가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 빨리 체념한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 38
- 다리를 끌어안고 몸을 동글게 말았다.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나는 마모된 몽돌이다. 까맣고 동그란 몽돌. 바다는 나를 끌어당겼다가 멀찍이 밀어놓기를 반복한다. 누구에게나 불행을 견디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불행을 참아내고 있다. - 158
2026. may.
#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 #조승리 #에세이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