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깃든 산 이야기 - 아사다 지로
hellas 2025/10/1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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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깃든 산 이야기
- 아사다 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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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 - 2025-09-12
: 2,750
미타케 산꼭대기의 유서 깊은 신사, 그곳에서 들려주는 갖가지 기담이다.
고풍스러우면서 잔잔하고 다정한 시선이 느껴진다.
잠들기 전 친척 이모의 옛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촌 아이들의 모습이 정감있게 다가오지만,
과연 그 이야기의 소재들이 애들 잠들게 하는데 적합한가는 좀 의문 ㅋㅋㅋ
2차대전 후의 풍경이라 어쩔 수 없이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서 가끔 모호한 불쾌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감상의 와중에 후반의 <산이 흔들리다>는 이 책을 위해 집필한 에피소드로 그런 께름칙했던 제국주의에 대한 느낌, 그런 위화감을 주는 대화나 묘사 같은 장치들이 의도적이었음을 드러내는데,
꾸준히 타국의 침략에 대한 일본 비판을 견지해온 작가라고 하니(철도원 말고는 읽은 작품이 없음) 그렇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109페이지의 외숙의 훈계 '사죄하지 마라. 너는 하나도 잘못한 것이 없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고개를 숙여서는 안 돼.'라는 대사가 피침략국의 국민인 나로서는.. 당장 현실에서 사죄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연상되면서 과민반응을 이끌어낸달까. 물론 맥락상 국가적인 의미를 부여한 대사가 아니지만... 그야말로 과민반응일 것... ㅋ
역사적 사건들 위에 얹어진 세속과는 서너 걸음 먼 신사에서의 기담이다.
-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 없는 삶은 불행하지만, 없어야 할 것을 가지고 있는 삶은 더욱 불행하다. - 90
- "그렇다면 이타루 씨, 어째서 그런 흑색선전이 퍼지는 거요?"
신관 하나가 물었다.
"천재지변은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겠죠. 신령님 탓이라고 한다면 신사가 불타더라도 어쩔 수 없겠지요."
이 한 마디는 역시 흘려들을 수 없었다. 신관들이 흥분하여 저마다 이타루를 비난했다.
(...)
"조선인 탓으로 돌리느니 차라리 신령님 탓으로 돌리는 게 낫습니다. 아닙니까!"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사람들은 이타루가 내놓은 주장의 정당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 367
- 생사관을 바탕에 둔 불교에는 시제가 있지만 애초에 생명이란 개념과 인연이 없는 신도에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다. 내가 어릴 때부터 그곳에서 체감한 '신들의 편만', 즉 어느 한 곳 예외 없이 신이 깃들어 있다는 공기는 결국 그런 것이었다. - 394
2025.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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