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과 시 - 김소연
hellas 2025/01/2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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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체육과 시
-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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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75
좋아하는 시인 김소연의 시와 산문.
알던 시인의 마음을 한 번 더 보게 된 것 같다.
시보다는 산문이 많은 점도 색달라서 좋았다.
- 우리가 우리조차 알아보지 못할 때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부르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
걷는 일을 가장 잘할 수밖에 없는 때는
마음이 괴로운 경우이다. 마음의 응어리들이, 괴로움들이, 번잡한 걱정들이, 끝없이 불길하게 이어지는 번뇌들이,
먼 데로부터 차곡차곡 도착해 온
울분들이
온몸에 꽉 차 있을 때마다
나는 오래 걸었다 -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 중
- 나의 애도는 시작도 못 했다. 우리의 애도는 시작도 안 했다. 애도는 많은 경우 종료되지 않는 세계이다. 영원히 현재에 있다. 해가 바뀌고 또 해가 바뀌고 다른 참사와 재난이 닥쳐도, 오히려 새로운 재난 앞에서 되살아난다.
우리는 올바른 애도를 하고 싶다. 그릇된 삶 속에서도. 올바른 애도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도. - 기대어 왔던 것들에 기대어서 중
- '정치적'이라는 말도 '투쟁'이라는 말도 '여성의 시하기'를 가두는 면이 있다. 무엇보다 '시'가 가리키는 방향과 어긋나는 면이 있다. '정치적'과 '투쟁'이라는 말 속에 깃든 '승리'에 대한 열망이 여성의 시하기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의 시적 발화의 위치성은 '승패'라는 남성 서사의 핵심 요소와는 전혀 다른 층위에서 빚어지는 '탄생 이전'과 '죽음 이후'를 함께 살아내고자 하는 삶의 실천으로 파악되어야 하지 않을까. - 우리는 뭔가를 꾹 참으면서 중
- 2. 두려움과 고통에 대하여 흔쾌하기. 온전히 흔쾌해질 때 찾아오는 자유로움으로 더없이 고요하기. 너무나 고요한 나머지 서늘하다고 느끼기. 너무나 서늘한 나머지 을씨년스럽다고 느끼기.
(...)
15. 멜랑콜리, 히스테릭, 광기. 이런 말들로 규정 되어온 여성의 시는 광기 그 자체가 현실임을 항변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광기의 몸짓을 빌리지 않으면 설득이 불가능한, 두텁고도 정교한 이 폭력적인 세계를 가리키고 드러내기 위한 입장이기도 하다. - 단상 1. 열 아홉 조각 중
- 우리의 언어는 온갖 사물을 통해서 다른 사물로 이동하고, 다른 사물을 경유해서 이 세계를 날렵하게 한 바퀴 돌아서,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이 한 바퀴의 동선을 커다랗고 시원한 포물선을 그린다. 이 포물선을 마음으로 좇으며 이 세상을 한 바퀴 돌다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자리는 실은 제자리가 아니다. 같은 자리이지만 다른 세계가 된다. 같은 자리에 앉아서 다른 세계로 도착하는 일. 언어가 발 없이 행하는 모험은 이런 일을 겪는 경험이다. 쓸모가 없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쓸모가 너무 많아서 아름답다. 쓸모가 있으려고, 아름다우려고, 애를 쓰지 않아서 더 아름답다. - 집에서 해변까지 중
2024. nov.
#생활체육과시 #김소연 #아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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