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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님의 서재
  • 화성의 아이
  • 김성중
  • 15,120원 (10%840)
  • 2024-10-15
  • : 2,275
국경시장 이후 정말 오랜만이다.
장편을 쓴다면 정말 좋을 텐데, 당장 읽을텐데 라는 바람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작가도 생활인이라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으나
독자는 정말로 오래 기다려온 것이다.

그 결과인 <화성의 아이>는 만족스럽다.
이래서 기다렸지 하는 으쓱한 마음까지 들 정도.

새롭게 창조되는 세계에 일말의 폭력의 가능성을 봉쇄하려는 노력이 와닿는다.
그 폭력의 가능성이 남성이라는 성별의 인간이라는 점이.

개와 로봇과 조작되어진 인류가 오렌지색 황무지에서 일구는 세상..

기억을 삭제 당하고 화성으로 보내진, 새로운 세계에서 태어나 그곳이 자신의 온 세상인,
멋대로 포획해서 우주로 쏘아 올린, 생명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화성에 보내놓고 쉽게 잊어버린 그런 존재들이 창조하는 세상은 결핍과 외로움이 가득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들은 그들의 천국을 꿈꾸며 노력한다는 점이 눈물겹다.
게다가 라이카는 이미 죽은 존재이므로 다치거나 손상될 일이 없다는 설정이 너무나도 마음 편했다.


- 화성으로 쏘아 보낸 열두 마리의 실험동물 중 오직 나만 살아남았다. - 9

- 장소를 묻는 건 우리가 누구인지 묻는 것과 같아. - 16

- 그다음에는 우주에서 모아온 소리를 재생해 함께 들었다. 어쩌다 우주선의 교신이 걸려들 때는 무척 기뻤다. 쌍둥이 로봇들은 자신들이 데이터를 전송하는 푸른 별에 막연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애정'이라는 말을 알았고 '그리움'이라는 말도 알았다. 그것은 끝없이 한 방향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행위였다. - 29

- 이 폐허가 더 이상 냉혹하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라이카와 데이모스가 생활이라는 리듬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 35

- 내 삶은 인간을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 사이의 투쟁이었다.
사랑, 언제나 사랑이 문제였고 지금도 그렇다. - 89

- 나는 뿌리를 내리다 못해 넓게 뻗어버린, 작은 나무와도 같은 우주선이 힘겹게 이륙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망망한 우주로 달아나 어디로 간단 말인가? 루의 무덤과 그 주위를 둘러싼 우리만의 생태계를 다시 시작할 별이 있을까
"이곳을 떠날 수는 없어. 여기가 우리의 '그릇'이야."
라이카가 이렇게 말했을 때 나 역시 동의했다. 우리는 '그릇' 밖으로 흘러넘치면 증발해버릴 물처럼 위태로운 존재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 128

- 나는 여기에 있다. - 250


2024. oct.

#화성의아이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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