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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님의 서재
  • 바리
  • 듀나
  • 11,700원 (10%650)
  • 2024-08-14
  • : 631
로봇들의 욕망, 이라는 말이 성립될까.

프로그래밍된 목표 지점을 향해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욕망이라면,
파괴하는 것이 지향점인 생명체를 키워내는 일이 목표라면,
아마도?

인간의 육아가 목표인 바리와 새로운 행성에 신문명을 일구는 것이 목표인 하늘구름.

아무래도 인간은 아닌 형태를 지닌 트럼펫이라는 종족의 최악의 폭력성과 파괴본능을 보면 이 종족은 '어쨌든' 인간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외부 생명체에 대한 강한 배타성, 호전성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파괴하는 본능까지 인간 그 자체.

짧지만 강렬하고 신랄한 SF.
인상적이고 멋진 이야기다.

- 지구에서는 연락이 옵니까?
거기에서는 어떤 신호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전파 기반 통신을 하지 않거나 멸망한 것 같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저희는 지구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잘해왔습니다. 오세요. 저희가 만든 도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10

- 지구 생태계보다 효율적입니다. 지구 생물들은 자길 먹으려는 동물에게 협조하지 않으니까요. 이 세계에서는 그렇게 해서 남은 힘을 주변 환경을 바꾸는 데에 쓰고 있지요.
(...)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지구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자연을 착취해서는 안 됩니다. - 18

- 하늘구름에게 지구 생명체들의 삶은 점점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 행성의 생명체들에 비하면 더욱 그랬다. 지구의 삶은 어떤 모습을 취하고 어느 위치에 있어도 결국 고통과 공포와 필연적인 죽음으로 연결되었다. 잠시의 기쁨은 이를 감추기 위한 기만이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존재를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 놀랍게도 인간들은 이미 여기에 대해 수천 년을 고민해왔다. - 27

-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바리는 하늘구름에게 말했다.
"저는 그냥 의미 없는 삶을 살게 될까요. 아니면 존재를 멈추어야 할까요?"
"욕망이 따르는 대로 해야겠지요."
하늘구름이 대답했다.
"그날이 오면 아마 바리 님의 욕망은 새로 걸어야 할 길을 가르쳐 줄 겁니다. 그리고 지금 그걸 걱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트럼펫의 자립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고 그동안 바리 님도 바뀔 테니까요. 아마 욕망도 바뀔지 모릅니다. 욕망이 바뀌지 않아도 거기에 맞는 새로운 대상과 임무가 나타날지도 모르지요." - 41

- 우린 괴물들을 키우고 있었던 거야.
하늘구름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 괴물들에게 뇌와 언어, 심지어 도구까지 주면서 폭력성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했어. 자연 상태로 두었다면 엄마 내장을 뜯어 먹는 습성 때문에 자멸했을 저 짐승들에게. - 49

- 트럼펫들은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존재 자체가 고통이었고 살아 있는 한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었지요. 고통은 폭력성의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우린 트럼펫들을 도울 수 없었습니다. - 53

- 우리의 욕망과 맞습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요. 우리는 그렇게 존재해가는 겁니다. 불완전한 욕망과 불완전한 의무감을 갖고요.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우리를 존재하게 하고 가치 있게 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가겠지요. - 56

2024. sep.

#바리 #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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