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hell님의 서재
  • 백은의 언덕 검은 달 1
  • 오노 후유미
  • 15,300원 (10%850)
  • 2023-02-15
  • : 12,950
이게 십이국기의 끝이 될런지 그건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나온 신작.

대국의 위기가 네 권으로 펼쳐지는데,
기린의 힘을 잃은 다이키와 행방이 묘연한 왕 교소.

수색의 시간이 너무 지지부진하지만, 뭐... 그런 빌드업이 있어야 절정의 효과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게다가 왕위를 빼앗는데 성공한 아센은 왜 6년이나 나라를 방치하고 움직이지 않는지 내내 궁금했는데, 딱히 별 이유도 아닌데다 큰일을 벌인 이유조차 초라한 질투심 때문이라니. 책 4권으로 쓸 이야긴가... 다른 십이국의 세계도 궁금한데.. ㅋ

홍기로 돌아가 적의 곁에 있는 선택을 하는 기린답지 않은 기린 다이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봉래에서 산 기간 동안도 마음의 상처가 많았던 기린인지라 십이국 세계의 기린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는 지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황주의 사람인 야리와 로산도 흥미로운 캐릭터.

이 세계관에 새로운 가능성을 주는 것은 태과인 경왕 요시와 기린 다이키.

그리고 유한한 삶을 살고 있는 인간에 불과하지만 상인으로 농민으로 군사로 의관, 도관, 하다못해 화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 여하튼 뭐든 자신의 자리에서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가능성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야기.

- "다친 몸으로 용케 돌아오셨습니다. 봉래는 쉬이 오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어요. 리사이가 목숨을 걸고 경국에 가서 경왕의 조력을 얻었어요."
"경왕요?"
엔초가 잘못 들은 듯이 되뇌었다. 너무나 뜻밖의 말에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리라. 교시도 마찬가지였다. 경왕이란 대륙 동쪽에 있는 경국의 왕을 이르는 것인가? 그분이 대국에 힘을 보탠다?
교시는 여태껏 나라가 타국에 원조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어쩌면 대륙이라면 그런 일도 있을지 모른다. 대륙의 여덟 나라는 육지로 이어졌다. 그러나 대국은 바다에 고립되어 있다. 타국과는 거의 교류가 없다. 분명 겨우 반년 만에 사라진 신왕의 즉위식에는 타국에서 빈객이 있었다고 들었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적어도 천상 세계에 속하지 않은 교시에게는 다른 나라 따위 없으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다들 얼이 빠진 것을 보았는지 다이키가 재촉해 리사이가 입을 열었다.
"경왕은 태보와 마찬가지로 태과 출신이시라 들어서......" - 90

- "황주와 황해 바깥 사람은 일의 우선순위가 서로 달라. 간단히 말하자면 황주는 본인이 입은 은혜는 중하게 여기지만 왕이나 기린, 국가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너도 마찬가지인가?"
고료가 묻자 야리는 수긍했다.
"나는 태보가 재밌어. 대단히 흥미로운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고료처럼 조건 없이 존귀하다고 여기는 건 아니야."
고료는 야리의 이런 마음을 어떻게 평해야 할지 몰랐다. 야리는 씁쓸하게 웃었다.
"뭐, 걱정하지 않아도 태보의 존체는 지킬 거야. 부탁받은 일이기도 하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거든." - 196

- "교소 님이 너와 겨루고 있던 건 따지자면 누가 더 나은 인간인가였어. 교왕의 총애나 지위, 명성은 이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분명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왕에게 중용되면 그건 곧 더 나은 인간이라는 소리지. 너는 그러다 뭘 겨루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고 만 거야. 누가 뭐래도 교왕의 관심을 원했던 거야. 더 중용되고 더 높은 지위를 원했던 거겠지. 하지만 교소 님은 너와 무엇을 겨루고 있었는지 잊지 않으셨던 거야."
아센은 우두커니 로산을 쳐다봤다.
"그래서 넌 도둑으로 끝날 거야. 실체도 없는 것에 휘둘렸으니 당연한 일이지." - 259

- 밀랍처럼 핏기가 가신 얼굴에는 툭툭 튄 피가 묻어 있다. 검을 쥐고 있는 손은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 덜덜 떨고 있었다. 그 손을 붙잡고 검을 집어 들려는 손이 있었다.
"잘했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
교소는 칼자루를 꽉 쥐고 얼어붙은 손을 억지로 펼쳐냈다. 다이키가 쥐고 있던 검을 넘겨받았다. 막다른 곳에 몰린 듯 까맣게 빛나는 눈이 교소를 올려다봤다. 교소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틀림없는 대국의 핏줄. 혹독한 대국의 겨울을 극복한 치열한 피가 흐르고 있다.
그 순간 시선을 받은 다이키의 모습이 녹아 흘렀다. - 429

2024. mar.

#십이국기 #백은의언덕검은달 #오노후유미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