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렝탕 뮈소 완벽한 계획
보통 스릴러를 읽는 사람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몰입해서 빠져들게 하는 숨막히는 스토리와 도저히 예상치 못하는 반전?
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는 독특한 삶의 영역에서의 간접 경험과 다이나믹한 스토리 전개?
퍼즐을 맞추듯 사건을 맞춰가면서 결론과 반전을 예상해보는 읽는 재미?
‘완벽한 계획’은 독자가 어떤 기대를 할 수 있는 책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봤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몰입감이 좋다. 스릴러의 감각이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평이할 수도 있고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마지막의 반전 혹은 플롯도 커다란 쇼크를 주는 반전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메시지와 의도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차분히 질문을 하게 만드는 정도이다.
스릴러로서는 스토리 자체는 감점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평이한 듯한 스토리 전개에 깊이 빠져들었다.
발렝탕 뮈소는 단순한 스토리 위에서 소설 속 인물의 내면을 깊이 연결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래서 단순한
스토리는 전혀 지루하지 않고, 독자를 빠져들게 한다. 플래시백을 통해서 깊은 공감으로 이끌었고,
대화체를 감각적으로 연결하여 독자에게 현장에 개입된 느낌을 준다. 2인칭으로 처리된 플래시백에서의 시점 처리도
효과를 얻고 있다.
발렝탕 뮈소는 인물 내면의 깊은 심리와 인간관계에서 감정적인 체험과 기억, 그것들과 연결된 자아의식에 파고들었다.
스릴러적 장치와 살인 계획은 주인공의 내면을 끌어가는 장치로 작동한다. 친구! 얼마나 익숙한 인간의 일상적 관계인가.
일상관계 속에 흔히 체험할 수 있는 감정의 상처와 내면에 있는 개인들의 자아의식과 자기 정체성은 어떠한가.
늘 우리 삶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지만, 잘 표현하지 않는 것들이고 의식하면서도 의식한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작가는 깊은 감정까지 파고들어 미세한 것까지 잡아내는데 성공하고 있고, 그 부분은 나를 매우 놀라게 하였다.
만약 로뮈알이 실제 인물이고 이 소설이 실제 사건이라면 로뮈알은 우리에게 어떻게 보일까? 로뮈알에게 로뮈알은
어떻게 보일까? 로뮈알은 자신의 분노와 복수심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발렝탕
뮈소는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이것이 문학의 묘미이며, 그런 면에서 독자는 ‘완벽한 계획’을 통해서 한층 깊이 인간 내면을
이해할 기회를 얻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