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 해리는 지금 좌충우돌 정신이 없다. 아름답고 돈도 많은데다가 출신도 훌륭한 아내 안나가 갑자기 죽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성형 수술을 받다가 죽은 것이다. 안나의 언니 클레어는 안나가 성형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 것이 해리 탓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해리를 괴롭힌다. 사실 해리를 괴롭히는 것은 클레어 뿐이 아니다. 완벽한 아내 안나가 늘 자기를 부끄러워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던 해리는 안나를 눈을 속이고 안나를 가슴 아프게 한 적이 많았고, 바로 그것이 안나의 죽음의 원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해리는 괴로워 미칠 지경이다.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고 멋진 남자로 우뚝 서고 싶은 해리는 몰리라는 웨이트리스를 마음에 두고 그녀에게 멋진 남자가 되고 싶어서 몰리의 친구인 루실에게 자선을 베푼다. 그러나 감춰 둔 비밀들은 끊임없이 해리를 조여오고, 우연히 잘못 전화를 건 뒤 위로가 필요하다며 해리를 찾는 엘리엇까지 해리는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늘 자신을 위축되게 하던 안나, 안나 앞에선 한 없이 초라한 자신을 견딜 수 없어 안나를 기만하던 해리는 이제 안나가 사라진 자리를 보면서 괴로워 한다. 단 한 번이라도 안나에게 자신을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어쩌면 안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자신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리에게 아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자신에게 너무나 과분한 안나. 아름다움과 총명함, 지성과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안나는 그러나 해리에게는 좋지만은 않은 아내였다. 늘 상냥하게 그를 대했지만 어딘지 자신을 위축되게 만들던 여자, 그래서 조금씩 그녀를 속이면서 숨을 쉰 해리는 그러면서도 늘 그것이 안나에게 미안했다. 그런데 그 부담스렀던 안나가 죽었다. 마음의 빚이 산더미 같아서 마주 보기가 미안하던 아내가 어느날 사라진 것이다. 해리는 오히려 흔들린다. 어이없는 죽음앞에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해리는 현실의 감각을 찾을 수가 없다. 소설은 해리의 정신 상태를 따라가면서 전개된다.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해리의 마음 속의 생각들을 따라가면서 해리의 독백을 전달한다. 때로는 한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가끔은 저 멀리 다른 동네를 헤매기도 한다. 이리저리 부딪히고 오해를 받는 해리의 진심을 아는 사람은 어쩌면 죽은 안나 뿐일지 모른다. 그리고 해리가 안나에게 하고 싶은 말도 역시 단 한 마디 사과일 것이다.
제목만 보거나 표지만 본다면 얼핏 유쾌한 내용을 기대할 지 모른다. 그러나 소설은 의외로 생각의 거리들을 던진다. 서로 다른 남과 여의 결합, 때로는 서로의 배우자를 자기가 보고 싶은 면만 바라보는 것이 결혼이 아닐까? 그가 가진 다른 면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다. 어쩌면 인생이란 다 이런 것인 지도 모르겠다. 한없는 괴로움에 빠져서 힘들어하면서도 젊고 아름다운 몰리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해리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다움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