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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하나의 서재
  • 파라노이드 파크
  • 블레이크 넬슨
  • 9,900원 (10%550)
  • 2011-09-30
  • : 257

  대다수의 소년들을 보면 늘 위태로워 보인다. 세상에 대한 불만, 풀리지 않는 삶에 대한 의문과 분노로 뒤틀린듯한 표정의 소년들은 자기 혼자만의 세계를 필요로 한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할 생각도 별로 없는 듯하다. 다만 속으로 혼자 삭이고 있는 분노가 어느 순간 폭발하여 주위를 뒤흔들기도 하고, 또 때로는 적절한 탈출구를 찾아서 그 시기를 이겨내기도 한다. 여자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해서 연대감을 갖기보다는 온 세상 고민을 혼자 짊어진 듯 고독한 표정을 짓고 있거나 자기만의 세상으로 침잠해 버리는 아이들을 흔히 본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십대 후반의 소년으로 고등학생이다. 부모가 이혼을 앞두고 싸우고, 동생은 그 스트레스로 계속 구토를 한다. 답답한 집에서 빠져나와 숨을 쉴 수 있을 때는 오직 스케이트 보드를 탈 때뿐이다. 악명이 높은 스케이트 보드 공원인 파라노이드 파크에 혼자 간 날 소년은 본의 아니게 철도 경비원의 죽음에 깊이 관계하게 된다. 미친듯이 도망치는 소년은 머릿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최악의 상상으로 터질 듯하다. 누구 하나 마음 놓고 상의할 어른이 없는 소년은 뼈 속까지 사무치는 외로움으로 몸서리를 치고 죄책감으로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행동한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 친구도 그의 위로가 되지 못하고, 형사들의 수사는 점점 소년과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친구들로 좁혀진다.

  소설은 소년이 언제나 착한 여동생 같았던 옆집 소녀 메이시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소년의 내면에 소용돌이 치는 갈등과 분노, 불안과 우울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렇잖아도 불안하고 외로운 사춘기에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운 상황에서 소년은 흔들리고 부딪친다. 그러나 소년은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게되고 늘 한결같이 자신의 곁에 있던 착한 소녀 메이시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처음 읽었을 때, 홀든의 정신없는 넋두리에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그 정신없는 독백이 홀든의 혼란스러운 갈등과 불안의 표현인 것처럼 <파라노이드 파크>의 소년의 독백 역시 읽을수록 소년의 혼란에 공감하게 한다. 이 불안함이 소년이 든든한 청년으로 자라는 자양분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햇빛 환한 공원에서 마음껏 보드를 타면서 활짝 웃을 소년을 상상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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