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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하나의 서재
  • 칼과 황홀
  • 성석제
  • 12,420원 (10%690)
  • 2011-10-07
  • : 1,230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좋아하는 작가가 있어서 그의 새 책을 기다리는 즐거움도 내게는 참 의미가 있다. 날마다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와서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가 몇 페이지씩 넘어가고, 책장에 읽은 책과 미처 못 읽은 책들이 엇비슷해지고 있어도 이 작가의 책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그 중 한 분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성석제 선생님이다.

 저자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엇비슷하겠지만, 특히 이 작가의 문장이 주는 짭짤한 맛이 좋다. 마치 혀에 착 감기는 어떤 것을 먹은 듯 또 침이 고이게 하는 문장들이 나를 매료시킨다. 잠시 지칠 때 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찾아오는 유머와 재치는 다른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고, 미워할 수 없는 사람 냄새 나는 주인공들이 벌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은 정말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한다. 이 분은 정말 말씀도 이리 재미나게 하실까?

 그러니 처음 인터넷 문학동네 까페에 성석제 선생님의 음식이야기가 연재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특별히 맛있을 것도 없고,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어 어릴 때 먹던 맛을 찾는 지경에 이른지라 경상도 시골출신인 선생님의 음식 이야기는 내 입맛에도 맞을 것 같았다. 일주일이 기다려지고 다음번 연재가 업로드 되었는지 까페를 들락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젠 그 맛나고 재미진 문장들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그랬다. 그가 말하는 음식들은 할머니의 손맛이 많았다. 오래된 해장국집의 김이 펄펄 나는 양은솥이 꿈에 나오고, 욕쟁이 할머니가 주문도 받지 않고 퍼준다는 육개장은 대구로의 여행을 기획하게 했다. 김을 처음 만들어 왕께 바친 사람의 성씨가 '김'이라서 이름이 김이된 이야기를 저녁상에서 김을 먹으면서 하기도 하고, 베를린의 할머니 포장마차에서 먹게되었다는 흰 소시지와 독일의 지방마다 무궁한 맥주 이야기는 긴 겨울밤의 허기를 부채질한다. 도대체 이 분의 입에 들어가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지 않은 음식은 뭘까? 어디가서 마시는 칵테일 한 잔, 묵밥 한 그릇, 야키짬뽕도 예사롭지 않다. 아무래도 추풍령으로 돼지갈비를 뜯으러 이번 주말에 가야할 모양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분은 왜 대전의 음식에선 아직 감동을 못 받으신 걸까? 지금까지 한 번도 오신 적이 없을까? 그 유명한 두부두루치기를 과연 모르시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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