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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하나의 서재
  •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
  • 앨리슨 후버 바틀릿
  • 10,800원 (10%600)
  • 2011-10-14
  • : 80

  
 

 집 안의 책들을 훑어보았다. 작은 방의 사면을 가득 메운 서가들과 바닥에 쌓인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거실의 한 면을 가득 채운 네 개의 서가와 현관 양쪽의 두 개의 서가에 더 이상 빈자리는 없다. 한 차례 정리를 하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의 분신들이다. 어린 시절 나의 꿈은 사방이 책으로 둘러 싸인 서재를 갖는 것이었다. 천정이 아주 높아서 책을 찾으려면 사다리를 이용해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얼마전 지식인의 서재를 통해서 비슷한 서재를 보고 서재 주인에게까지 관심이 생길 정도였다. 물론 나의 책들 중에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도 부지기수다.

  미국에서는 고서점의 인기가 대단한 모양이다. 역사가 일천한 탓인 것일까? 과거의 것, 옛 것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굉장하다. 그들은 루이스 캐럴의 책이 초판본인 것에 열광하고, <빨강 머리 앤>을 할머니에게서 물려 받아 간직한다.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판본이 오래된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책의 새판본을 사는 나는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어이없는 짓을 한 게 아닐까? 서재의 구석구석에 초판본과 저자 사인본이 꽂혀있고, 지인들에게서 메모와 함께 받은 책들이 섞여있다. 나는 그것들 중에 귀한 것이 무엇인지, 여러 권을 가지고 있어도 쓰레기와 다름없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 책은 책을 너무 사랑해서 자기것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한 남자 존 길키에 관한 책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고풍스런 서재를 배경으로 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고 말한다. 그가 사랑한 것은 진짜 책이었을까 아니면 그 책을 배경으로한 자신의 모습이었을까? 이 책을 쓴 저널리스트는 전설적인 책도둑 존 길키를 알게 되고, 그를 취재하면서 매혹적인 책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는 길키가 이야기한 책들을 찾아 오래된 서점을 돌아보고, 이베이를 검색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책의 가치를 아이에게 전하고 싶어한다. 그는 길키의 책에 대한 욕망을 우리에게 전달하면서 그 욕망이 순수한 것인지 의심한다. 그가 만난 길키는 매력적이면서도 터무니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끊이없이 책을 탐하고, 그 욕망으로 인해서 끊임없이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길키의 환상은 오래된 귀한 책들이 가득한 서재에서 스모킹 재킷을 입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손님에게 와인을 권하고, 커피 테이블에 놓인 책을 들어보이면서 그 책을 구하게 된 경위를 자랑하고, 그 책의 어머어마한 가치를 이야기하면 상대의 놀라는 모습을 즐길 것이다. 나의 환상은 어떤 것일까? 읽지도 못한 책들을 가득 쌓아 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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